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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면접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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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Aug 01. 2023

면접, 꼭 봐야 하나요?

면접의 존재 이유

1. 100% 일 수 없는 자기소개서    

      

“Is that you?”     

20년 전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43개국 120개 도시를 누비던 시절의 일이다.

승무원들에겐 까다로운 입국 절차가 없다. 아니 정확히는 유니폼과 목에 건 ID카드가 모든 절차를 대신하는 셈이다. ID카드란 비자 대신 앞면에는 반명함판 사진이 있는 직장인들이 흔히 목에 걸고 다니는 일종의 신분증이다. 그런데 LA의 세관 직원이 나의 ID카드를 볼펜으로 가리키며 했던 이야기다.      

“그거 너니?”     

순간 나를 포함한 20명 남짓한 우리 팀원들이 여권에 도장을 찍다 말고 빵 터졌다. LA 입국장이 웃음바다가 된 것이다. 뽀샵이 지나쳤던 나의 사진을 보며 말이다.

그 뒤로 1년간 나의 별명은 이즈 댓 유…. 였다.      

아마 이러한 경험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짐작한다. 

사진 기술이 너무 좋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잘 보여야 하는 이유가 백 가지도 넘는 이력서라면 어떨까? 평소 나의 모습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자기소개서나 경력 기술서는 어떤가?

온전히 나의 있는 그대로를 담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 면접을 보는 이유는 바로 ‘나’를 보기 위해서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로 보기’ 위해서!

물론 AI가 사전 면접을 보기도 하고, 한때는 비대면 면접을 보는 기업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야 할 이유가 사라진 지금, 면접은 직접 만나서 보는 일임을 누구나 안다.      

회사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고, 어떤 사람이 무엇을 만드는지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면접은 당연히 회사의 대소사 중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중대한 면접을 서류로만? AI가 대체? 한다는 것이 더 이상할 뿐이다.   

        


2. 고스펙이면 합격?     


이제 면접을 봐야 하는 이유는 이해가 되었는데, 그렇다면 기업에서 선호하는 인재는 따로 있을까?

입장 바꿔 생각해 보자. 내가 면접관이라면 어떤 인재를 뽑을까? 

나와 함께 일할 동료, 부하 직원, 혹은 상사를 뽑는다면, 나는 어떤 기준으로 그들을 선별해야 할까? 

고스펙자들을 줄 세워 놓는 것이 유리할까? 아니면 업무 특성을 고려하여 그에 맞는 사람을 뽑아야 할까?     

2022년 대전시 환경미화원 공채가 있었다. 

고액의 연봉과 안정성, 소위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한다는 직업으로 분류되어 경쟁이 매우 치열했던 면접이었다. 

필자의 수강생 중에 3명의 지원자가 있었고, 셋 중 한 명은 수업할 때도 유독 답변하는 것을 버거워하곤 했다. 결과적으로 2명은 합격, 1명은 탈락했다. 

누가 탈락했을까?      

예상을 뒤집고 답변을 버거워했던 수강생은 합격했다. 

생각해 보자. 직종은 환경미화원이다. 환경미화원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말을 논리적으로 잘하는 능력일까? 오히려 성실함과 책임감에 더 무게가 실리지 않을까?

아마도 면접관은 버벅대는 답변 이면의 무언가를 본 것이 아닐까?     

흔히들 면접장에서 답변을 매끄럽게 잘했다고 생각하면 합격, 그렇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불합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인들의 예상을 벗어난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본인들이 지원한 업무를 파악해 보자. 과연 본인들의 업무가 논리적인 말하기 역량이 필요한 일인지, 그 밖의 다른 더 중요한 역량이 있어야 하는 일인지 말이다.      

몇 년 전 A 항공사 승무원 공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SKY 출신 토익 만점자가 서류에서 탈락한 것이다. 

비행기에서 나를 낮추고 승객을 위해 존재하는 승무원에게 좋은 학벌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매우 단순한 논리이다.

면접관은 직무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뽑은 것이다. 

그리고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는 사람은 탈락했다. 설령 누구나 부러워할 법한 고스펙자여도 말이다.      

우리가 예상하듯 모든 기업이 고스펙을 선호하지는 않는다는 말을 하고 싶다. 공공기관에서는 이름조차 말할 수 없는 블라인드 채용을 하고 있으니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나의 스펙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  


         

3. 면접은 사람이 사람을 보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면접관들은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악역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마 면접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면접관 중 유독 표정이 날카롭다든가,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던가, 압박 질문을 하는 면접관 앞에서 진땀을 흘린 경험 말이다. 

과연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내 눈앞에 웃으며 앉아있는 면접자가 과연 우리 회사를 위한 최적의 인재인가?’

‘과연 그의 이야기는 모두 믿을만한 것인가?’

‘우리 회사의 조직 문화에 어울릴법한 사람인가?’

‘해당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면접관의 머릿속은 이러저러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나와 함께 일할 동료를 뽑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면접관 역시 회사가 그에게 맡긴 임무를 매우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직장인일 뿐이다. 

그러니 곤란한 질문을 던진 면접관을 너무 미워하지 말자. 그의 역할이 그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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