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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진주 Jul 04. 2021

한파


<한파>      오진주


올 겨울은 작년과 다르게

기록적인 한파가 몰려왔다.

한 동안 시동을 걸지 않은

낡은 차의 배터리가 방전될 정도로.


나는 그렇게까지 추운지 몰랐다.

B와 D 사이에 있었고

한 겨울에 밖을 나가지 않고 코로나를 핑계로

집안에만 머무르기를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아버지의 연락이 왔을 때

요즘 춥지 않으냐고 물었을 때 

나는 그다지 춥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네 마음이 따뜻해서

그런가 보다고 하셔서

이내 얼어있던 내 마음은 

아무도 모르게 따뜻해지려고 

무단히 노력을 했다.


내 머릿속은 한파보다

매서운 찬 바람이 몰아쳤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시베리아 횡단을 하다가

사하라 사막을 걷다가 그랬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창가 밖 눈꽃송이를 붙잡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시간아 조금만 느리게 가줘,

내가 다른 시계들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래.


하지만 겨울은 내 마음을 몰라주는듯 했고

다른 사람한테도 그런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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