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일기_1편

살인적인 면접스케줄 소화하기

by 백진주

이전 직장을 그만둔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7월 마지막 주를 남겨놓고 여름휴가를 갔다왔으니 거의 한 달째 쉬고 있는 중이다.


쉬다보니 꿀같다. 쉼이라는 것이 달콤하다.


나는 열정적이고 도전하는 것을 희망하며 업무적으로 성장한 커리어 우먼이 되어 있길 원했는데 막상 쉬니깐 이런 삶도 나쁘진 않다. 아니 오히려 편안하고 좋은 듯 싶다.


이전 직장 동료들과 술 한잔씩 하며 나눴던 이야기가 있다.


결혼을 했는데 상대방이 돈이 많아서 직장을 그만두고 집을 가꾸는? 가정을 수호하는 일만 전념하길 원한다면 그렇게 할 것인지 물어본 적이 있는데 모두 그러고 싶다고 했지만 나만 그러기 싫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결혼생활을 하며 돈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경제적 자유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일 적으로, 내 커리어적으로 자아실현이 먼저라고 생각했기에 그렇다고 했다. 그때 돌아온 답은 놀면서도 자아실현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


놀면서 자아실현 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한 달간 백수로 살아보니 homescape라는 게임에 빠져서 하루 6시간 동안 게임만 한 적도 많다. 체계적으로 일정을 잡아서 하고 싶은 것으로 하루를 꽉 채워 일정을 보내는 것이 돈도 문제지만 자신의 의지력도 문제라는 생각이다.


이렇게 쉬니깐 좋더라~ 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한 달간 게임만 하고 잠만 자고 먹기만 한건 아니었다.


서울로 이직하기 위해 온갖 구직사이트를 뒤지고 내 포트폴리오, 이력서를 작성했다.


포트폴리오는 회사별로 조금씩 손봤지만 이력서는 다르게 작성했다. 내가 구직을 할 때 사용했던 사이트는

원티드, 로켓펀치, 사람인 이렇게 3가지 였다. 원티드와 로켓펀치는 스타트업이 구직할 때 찾는 사이트이며 사람인은 여러분 모두가 알다 시피 전통적인 기업의 구직을 돕고 있는 사이트이다.


처음에는 사람인부터 공략했다. 별 다른 이유는 없었다. 채용 몇 일 전 이라고 뜨는 문구가 나의 구미를 당겼고 여기부터 해볼까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결과로 보면 원티드나 로켓펀치가 더 구직자들에게는 좋은 사이트라고 여겨진다. 여기서 좋다의 기준은 사람인보다 빨리 합격여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빠른 곳은 이틀에서 삼일 정도면 합격여부가 결정나고 정말 오래걸리면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사람인에서 지원한 곳에서도 연락이 왔고 원티드에서 지원한 곳도, 로켓펀치에서 지원한 곳도 모두 연락이 왔다. 연락온 곳만 세어보면 10곳은 넘는 듯 싶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곳에서 연락이 온 것이 아니다.


가고 싶은 곳만 골라 지원하다가 일주일 정도 됐는데도 나를 원하는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쯤 하,, 나도 취업난에 시달리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에라 모르겠다. 원하는 직무를 뽑는 곳은 다 넣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정말 생각없이 거의 50곳에 달하는 곳의 이력서, 포트폴리오를 직무별로 이력서랑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넣었더니 10곳 정도 연락이 왔으니 약 20%의 취직률?을 갖게 되었다.


주로 스타트업이 많았고 중소기업도 몇 곳 있었다.


나의 이직 프로세스는 정리하자면 이랬다.


뭣도 모르는 곳에 무작위로 지원한다 -> 1차 서류 면접이 합격하면 그제서야 회사를 살펴본다 -> 맘에 든 곳만 2차 면접에 응한다 -> 2차 면접이 마음에 들면 대면면접을 하러 서울로 간다


이런 프로세스였다.


2차 면접은 코로나 시국으로 인한 화상면접이 50%, 대면 면접이 50% 정도 였다.


화상면접은 집에서 편하게 클릭 몇 번만으로 면접을 볼 수 있지만 대면면접은 그렇지 않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전주이다 보니 전주에서 서울을 왔다갔다 하는 비용, 시간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하루 3개씩의 회사 면접을 보러 다녔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진짜 나 자신이 대단하다.


하루 3개의 면접을 소화하고 오면 녹초가 되어서 모텔에서 쓰러져 잤던 기억이 있다.


이틀을 연속으로 면접을 잡으면 6곳의 기업과 면접을 보는 일정으로 맞췄다.


채용담당자들에게 감사한 것이 내가 원하는 시간을 최대한 맞춰줘서 그렇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전에 한 건, 오후에 두 건 정도 면접을 소화하다 보면 면접보고 이동하고 면접보고 이동하고 해야하는 동선에 지하철이 익숙지 않은 지방사람과 거기에 더해 길치까지 겹쳐지면 환장의 조합이라 늘 지하철을 탈 때면 긴장하고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 방향인지, 내리는 곳을 놓치진 않을지 노심초사 했다. 그래서 이틀간은 아침, 점심은 모두 거르고 겨우 저녁을 먹는 정도였다.


첫 주는 오전 일찍부터 면접이 있어서 전날 저녁에 올라가 명동근처의 모텔을 잡아 2박 3일 일정을 소화했다. 청계천이 걸어서 10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었지만 운치를 느낄 여유는 없었다.


강남권에 잇는 회사가 주를 이루다 보니 2호선, 7호선을 가장 많이 탔다. 뚝섬도 가고 청담도 가고, 성수도 가고, 독산도 가고 참 멀리도 다녔다. 지하철로 1시간이 넘는 거리를 잘도 타고 다녔다.


내가 면접을 볼 때에는 항상 30분 전에 도착한다. 이유가 있다. 그 회사의 분위기와 팀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살펴볼 시간과 회사의 인프라도 살펴보고 나를 응대해주는 매너들을 점검하기도 하며 숨을 고르기도 한다.


이직이나 구직을 한다는 것이 구직자는 을의 입장이고 회사는 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첫 회사가 아닌 이상은. (첫 회사는 나를 좀 뽑아주세요 제발,, 이런 마인드였다) 나도 이 회사를 평가하고 회사도 나를 평가하는 자리이며 핏을 맞춰나갈 수 있는 지를 갈음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구지글 희망하는 곳들은 대개 매너도 좋았고 팀 분위기도 좋은편으로 보였다. 참고로 내가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3가지 이다. 첫 번째는 성장하고 있는지,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보고 두 번째는 팀원을 본다. 팀원들이 함께 일해도 좋을지, 에너지는 좋은지를 따지고 마지막으로 해당 회사 대표이사의 인사이트를 살핀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정도 되면 대표이사를 만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라면 대표이사나 C레벨의 운영진을 많이 볼 수 있다. (CEO, CMO, COO, CTO 등을 C레벨이라고 부름) 최대한 질문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면접을 보기전에 필히 3가지 이상의 질문을 준비한다. 내가 직접 찾아본 기업의 정보를 보면서 들었던 의문과 성장성, 방향성 등등이 있다.


그리고 필사를 하듯 기업의 정보를 써내려 나갔다. 기억력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 그나마 손으로 직접 써야 기억에 남기도 하고 직접 작성한 것을 사진을 찍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앨범을 보며 그 기업에 대한 정보를 떠올리며 질문을 준비한다.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하루 세 개를 잡는 것이 약간은 무리였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세 개씩 잡으면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면접을 처음 본 곳보다 두세번째에 본 곳들이 내 의견을 잘 어필할 수 있다는 점과 생각지 못한 질문들을 통해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 있고 같은 질문을 받은 상황에 더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있다. 단점이라면 에너지소비? 첫 번째로 본 곳에 비해 마지막으로 본 곳에서의 내 안색은 많이 어두워졌을 거라 생각한다.


한 곳 한 곳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다음편에 담도록 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지금 현재 모든 면접을 마치고 최종선택하는 일만 남았다. 이미 마음 한 곳은 지정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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