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면접이 끝날 무렵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봉봉씨, 혹시 회사에 궁금하신 점이나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주세요.
첫 번째 회사에서 근무한 지 2년이 지날 무렵, 더 좋은 조건의 회사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었고, 대표와의 최종 면접에서였습니다.
"아… 대표님, 그런데 저는 채식을 합니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을까요. 대표님은 말씀을 이어나가셨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우리 회사가 축산 쪽 회사인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제가 지원한 회사는 축산 관련 회사이지만(구체적으론 알려드리기가 어려워 이 정도로만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는 채식을 하는 사람이었고, 육고기와 아주 밀접한 관계의 회사에 채식주의자인 제가 지원을 하게 된 것이죠.
“저는 상관없습니다.”
“축산 쪽 회사인데, 지원을 하시다니.. 어떤 계기로 지원하게 되신 건지 알 수 있을까요?”
“저는 이 회사가 축산 동물이 사는 동안만큼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개선하려고 하는 목표가 뚜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지향점이 저와 같아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제 글 중 ‘고깃집 자식, 채식을 시작하다.’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동물을 죽여서 먹는 것이 동물들에게 너무 잔혹한 행위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 채식을 시작하게 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런 제가 축산 관련 회사에 지원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모순되었다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저는 모든 사람들이 저처럼 육고기를 안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모두 채식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평생 먹어온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힘들고, 그 외에도 축산업과 관련된 종사자들의 생계를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급하게 바로 육식을 없애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현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생각했습니다.
‘최소한 가축들이 지금처럼 답답한 케이지가 아닌 곳에서 살 수 있게 해 보자. 아플 때 죽임을 당하는 게 아니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에서 살 수 있게 해 보자.’
이런 생각으로 지원을 했죠.
결론적으로 저는 이 회사에 합격하게 되었고, 현재 팀장으로 근무 중입니다. 대표와 이사진은 채식인인 저의 채용이 결정되자 제가 입사하기 전에 미리 제가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많은 식당을 사내식당으로 변경해주었습니다. 회식 때는 제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채식인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준비됩니다. 참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떤 직원분은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봉봉씨 덕분에 채식주의자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게 돼서 좋은 것 같아요.
나도 먹어보지 못한 채식 음식을 먹어볼 수 있어서 좋고...
그리고 가끔이지만 제대로 된 채식을 할 기회가 생겨서 좋은 것 같아요.
이 글은 사실 원래 기획에 없던 글이지만 지난 회 제 글의 피드백을 보고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갑작스레 쓰게 된 글입니다.
내가 결정한 삶의 방식이 지금의 시대와 사회에서 언제나 다수의 결정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나는 언제나 소수자가 될 수 있고 내 삶의 방식이 소수에 속할 때(이는 채식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내 삶의 방식과 지향점을 밝히는 행동은 눈치가 보일 수 있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삶의 방식을 밝혀야 사람들도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생각보다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내 생각을 말해 보기 전까진 모릅니다. 처음 하는 시도는 어렵지만 두 번째, 세 번째 표현하는 것은 처음보다는 쉬울 겁니다.
비단 채식인들 뿐 아니라, 다양한 신념과 가치가 부딪힐 수 있는 곳에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본인의 생각을 말할 수 있길, 그리고 그 생각이 존중받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글을 마무리합니다.
@매주 일요일 업데이트하려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