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간의 밀착 보육을 끝낸 소감
우리는 작년 크리스마스부터 해를 넘겨 1월 3일까지 24시간 붙어있었다. 그러다 열흘 만인 오늘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만 집에 남고 나는 사무실, 첫째는 유치원, 둘째는 어린이집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일상으로 돌아간 우리 집은 아침부터 바빴다. 남편은 회사 업무를 보고 나는 아이들 등원 준비를 했다. 오전 9시 40분, 아이들이 등원한 우리 집은 고요했다. 얼마 만의 고요인가.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 엄마, 아빠를 찾는 목소리, 통통 튀는 공 소리까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들리는 소리가 없으니 말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열흘 동안 내 입은 바빴다. "뛰지 마.", "사이좋게 놀아.", "장난감 정리하자.", "돌아다니지 말고 밥 먹어." 등의 제안 혹은 명령이 섞인 말과 "~~ 해 줘서 고마워.", "이렇게 하니까 더 멋있네.", "우와!" 등의 반응을 하느라 쉴 새 없이 떠들었다. 급기야 방학 동안 첫째에게 "엄마는 왜 하지 말라는 말만 해."라는 원망도 들었다. 열흘 동안 내 입과 귀가 쉬는 시간은 아이들이 유튜브를 볼 때와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집 근처 공원 한 바퀴를 산책할 때가 유일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의 적막함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가웠다.
긴 연휴의 마지막 날인 어제, 아이들은 마치 '모든 것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라는 중력의 법칙을 발견하기라도 한 걸까. 소파, 침대, 의자 등 바닥보다 높은 곳마다 올라가서 바닥으로 뛰어내리길 반복했다. 집 여기저기서 쿵 쿵 소리가 났다. 집 대부분에 매트를 깔아 놓았지만 쿵 소리는 매트를 뚫고 바닥을 뚫고 아랫집으로 들어갈 기세였다. 남편과 내가 말릴수록 아이들은 더 신이 났다. 다른 놀잇감으로 유도를 해봐도 잠시뿐이었다. 잠깐만 틈이 생기면 아이 둘은 소리를 지르거나 뛰었다. 아이들의 몸 여기저기서 에너지가 틈새를 뚫고 나왔다. 다독여보고, 다른 장난감으로 흥미를 끌어보고, 화도 냈지만 모두 실패.
이미 흥분 상태인 아이들을 제재할 사람은 한 사람뿐이었다. 나는 인터폰의 환경설정 버튼을 누르고 비상 경보음을 울렸다. 에엥 에엥 사이렌 소리가 났다. 동시에 현관으로 나가 초인종을 누르고 미리 검색해 둔 경찰 사진을 인터폰 화면 가까이 밀착했다.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나는 인터폰 화면을 보고 있던 아이들은 화면에 경찰이 나오니 금세 조용해졌다. 흔히 육아책에는 아이들을 훈육할 때 공포감을 조성하거나 제3자가 혼내준다는 식으로 훈육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현실에선 이론대로 되지 않는 게 더 많다. 이론대로 되지 않는 상황과 이론대로 하지 못하는 내가 답답할 때가 많다. 이 날도 경찰 사진의 도움으로 아이들의 층간소음 유발 행동은 멈추게 했지만 뒤끝이 개운하지만은 았았다.
코로나 시국이라 열흘 동안의 합숙이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은 했다. 누구를 만나지도 못해, 외식도 못해, 어딜 자유롭게 가지도 못하니 쳇바퀴 같은 하루의 연속이었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시댁에 며칠 가고, 친정엄마도 우리 집에 며칠 오셨을 거고, 직업이 무려 어린이집 교사인 나의 큰 이모, 작은 이모도 우리 집에 놀러 와 아이들과 놀아주며 시간을 보냈을 텐데. 그럼 나도 남편도 조금은 쉴 틈이 있었을 텐데.
쳇바퀴 같던 열흘의 마지막 날, 마지막 식사를 하며 떠올려 보니 열흘 동안 집 밥을 서른 번 먹었다. 최소 서른 번의 설거지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내 육아 내공도 쌓이면 좋을 텐데. 육아 멘토 오은영 박사가 나오는 티브이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도 챙겨보고 책도 보면서 공부하지만 육아는 언제나 쉽지 않다.
아이들을 재운 뒤 남편에게 물었다. "난 오늘까지 10일 동안 휴가였는데 왜 이렇게 지치지?" 남편도 말했다. "그러게. 분명히 연휴였는데 왜 힘들지?" 우리는 그냥 웃었다. 아이들이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인 건 두말할 것 없이 확실하다. 그리고 아이 둘을 어른 둘이 하루 종일 보는 게 힘든 것도 확실하다. 아이 수에 아이를 보는 어른의 수가 최소 두 배는 되어야 양질의 육아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마냥 나만 힘들었다고 투덜댈 수 없다. 남편과 나도 쉴 새 없이 살림을 하고 아이 둘을 보느라 바빴고 때로 지쳤지만, 아이들도 하루 종일 집에 있느라 얼마나 따분했을까. 아이들이 열흘 동안 만난 사람은 엄마, 아빠밖에 없고, 고작 집 근처 호수 공원을 몇 바퀴 산책한 게 외출의 전부였으니 말이다. 나만 휴가를 제대로 못 보냈다고 아쉬워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우리 아이들 역시 제대로 된 방학을 못 즐겼다. 다음 달에 있을 봄방학, 그때가 안된다면 여름방학에라도 꼭 우리 네 가족 제대로 휴가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