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무식자, 첫 튀김 하던 날

연근 튀김 도전기

by 작은나무

나는 요리 무식자다. 요알못이다. 무엇보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먹을 줄만 알지 어떤 재료가 들어가고, 어떻게 조리해서 완성되는지는 관심 없다. 어릴 때부터 그랬고 엄마가 된 30대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들이 이유식을 먹는 시기에는 반은 남편이 만들고 반은 시판 이유식을 샀다. 지금도 반찬은 반찬 가게에서 주로 산다.


요리에 도통 관심이 없지만 가끔 용기가 날 때도 있다. 그날도 그랬다. 예전에 남편이랑 대화하던 어플에서 찾아보니 2014년 1월 24일이다. 결혼한 지 100일 정도 되었을 무렵인가 보다. 27세에 결혼해서 시댁에 6개월 정도 얹혀살았었다. 어머님이 가끔 연근 튀김을 해주셨는데 연근은 조림으로만 주로 먹어왔던 나에게 연근 튀김은 새로운 메뉴였다. 안은 적당히 쫀득거리고 뽀득뽀득 씹히고 밖은 튀김옷을 입어 바삭거리는 식감이 재밌었다. 무심한 듯 싱거운 연근 맛도 좋았다. 그날 저녁에 집엔 어머님과 나밖에 없었고, 어머님은 나에게 연근 튀김을 해준다며 주방에서 이것저것 튀김 할 준비를 하셨다.


그때 왜 그랬을까. 그냥 내가 직접 해보고 싶었다. "어머님! 오늘은 제가 연근 튀김 해 볼게요!"라고 말하고 주방으로 갔다. 사실, 살면서 튀김을 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도 '튀김이 별거냐, 그냥 기름에 넣었다가 적당한 때에 건지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가스레인지 앞에 섰다. 냄비에 기름을 적당히 부은 뒤 가스불을 켜고 기다렸다. 어머님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계셨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었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머님이 물었다. "며늘~ 아직 기름 안 끓어?" 아무래도 수 분이 지났는데 가만히 있는 내가 불안하셨나 보다. 내가 말했다."네, 어머님. 아직이요." 냄비는 아주 고요했다.


또 몇 분이 흘렀다. "며늘~ 기름 끓지 않아? 반죽이라도 살짝 넣어봐." 어머님 말씀을 듣고, 튀김 반죽을 조금 떼어 넣으려다 그냥 연근 두 개를 차례로 퐁당퐁당 넣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갑자기 하얀 연기가 냄비 전체를 덮더니 순식간에 위로 하얀 기둥을 만들며 쏴 하고 올라왔다. "어머님, 냄비 안에 아무것도 안 보여요!" 순간 뭔가 잘못됐다 직감한 나는 가스불을 끄고 어머님이 계신 거실 쪽을 봤다. 거실은 온통 연기가 자욱했다. 우선 연기를 빼야 했다. 집안의 창문을 다 열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30분 정도가 흘렀다. 연기가 빠지니 너무 추웠다. 1월이었으니 지금과 기온이 비슷했을 때인데 집안의 창문을 다 열고 있었으니 얼마나 추웠을지. 어머님과 나는 패딩 잠바를 입었다. 정신을 차리고 주방으로 가서 냄비를 보니, 장렬히 전사한 연근 두 개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연근이 아니라 연탄 미니어처라고 해도 믿을 만한 상태였다. 냄비에서 올라온 연기는 새하얗더니 너희들은 어쩜 그렇게 까맣게 타버렸니. 튀김이 되려 했지만 요리사를 잘못 만나 그냥 까만 덩어리가 되어버렸구나.

내 첫 튀김, 싱크대에 버렸다가 기념으로 한 컷 찍어뒀다(초점 안 맞음)

남편에게 이 황당한 사건을 전화로 얘기했더니 우선 다친 데 없는지 묻고, 기름이 보글보글 끓을 때까지 기다렸다는 내 말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땐 몰랐다. 기름도 끓으면 물처럼 보글보글할 줄 알았다. 누구나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너무나 당연한 건데 귀신에라도 홀린 것처럼 어이없는 실수를 할 때. 2014년 1월 24일 저녁 7시 무렵이 그런 때였다. 뭐에 홀린 듯 보글보글 기름이 끓길 기다렸다. 그러는 사이 기름 온도는 끓는점을 지나 계속 올라갔다. 반죽을 조금만 떼어 넣었어도 그나마 괜찮았을 걸, 그 뜨거운 기름에 연근 두 개를 무식하게 담갔으니 그 사달이 날 수밖에.


본가가 큰집이라 어릴 때부터 1년에 명절을 포함해 네, 다섯 번은 집에서 엄마가 튀김을 했다. 난 왜 그동안 엄마를 돕지 않았을까. 옆에서 돕기만 했더라도 후에 이런 황당한 상황을 겪진 않았을 텐데. 먹기 바빠서 요리 과정엔 하나도 관심이 없었다. 사실 꼭 요리와 관련된 상식은 아니지만 분명 나처럼 모르는 사람도 어딘가에 있을 거라 믿는다. 혼자 무식자이긴 외롭다.


호기롭게 도전했던 첫 튀김요리는 처참한 결말을 맞이했다. 결혼하지 100일 만에 시댁을 태울 뻔한 며느리에게 어머님은 한 마디 꾸중도 안 하시고 처음엔 다 그렇다고 사람 안 다쳤으면 된 거라고 위로를 건네주셨다. 그리고 그 뒤로 나에게 요리는 웬만하면 맡기지 않으신다. 가끔 시댁에 가서 뭐라도 하려고 주방에 있으면 자꾸 물으신다. 불안하실 거다. 나도 내가 불안하니 말이다.


그래도 햇수로 결혼 9년 차가 되니 이제는 할 줄 아는 요리가 늘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돼지고기 두루치기, 미역국까지. 튀김 요리 흑역사를 갖고 있지만 고구마튀김, 두릅 튀김도 할 줄 안다. 물론 모든 요리에 초록창 검색은 필수다. 남편은 모든 요리를 핸드폰을 보며 하는 나를 신기해하지만 그렇게라도 완성을 하는 게 어딘가. 적어도 또 한 번 대형사고 칠 일은 없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엔 오랜만에 튀김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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