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진단 후 수술까지 50여 일 동안 나는.

by 작은나무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처지는 달라졌지만 일상의 큰 변화는 없었다. 나는 건강체 일반인에서 산정특례대상자가 되었다. 유방암과 상관없는 병원을 가도 내 주민번호와 이름을 말하면 암환자 코드가 떴고, 연말정산에서 (세법 상) 장애인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산정특례 덕분에 유방암 관련한 진료비는 본인부담액이 5%밖에 되지 않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병원 서류상으로 나는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내가 실감할 수 있는 건 병원비를 낼 때 많은 검사를 하고도 금액이 적다는 거 외에는 없었다. 몸의 변화가 없는 것이 다행이기도 했지만 때때로 변화를 알 수 없는 것이 불안하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유방암'을 검색하는 횟수가 늘었고 네이버, 유튜브 등의 알고리즘에 유방암 관련 글이나 영상이 뜨기 시작했다. 검색을 할수록 내가 전에 전혀 알지 못했던 이 세계가 생각보다 아주 다양한 유형이 있고 치료방법 또한 유형에 따라 다양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재발과 전이가 잦은 암이라는 것까지.


불현듯 찾아오는 불안감을 어느 순간엔 그냥 불안해하며 받아들였고, 어느 때는 다른 것들을 하며 그 감정을 끊어내려 했다. 그때 도움이 된 것들은 내가 좋아하는 책, 영화, 음악 등의 콘텐츠였다. 여러 번 보고 들어도 좋은 것들은 내가 기분이 좋을 때 보면 더 좋아지고, 기분이 가라앉을 때 보면 기분을 끌어올려주는 에너지원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사운드 오브 뮤직>, 넷플릭스에서 <흑백요리사 2>를 봤으며, 책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제철 행복>, <여행하는 소설>을 다시 읽었고, 아이유와 데이식스의 음악을 즐겨 들었다. 그리고 이런 에너지원을 앞으로도 더 차곡차곡 모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앞서 언급된 콘텐츠들로 받은 좋은 에너지를 바탕으로, 주 4-6회는 집에서 실내 자전거를 40-50분씩 타며 땀을 흘렸고, 식단은 유제품을 멀리하고 고기보다는 채소 위주, 단백질은 닭고기와 생선, 계란으로 보충하고 각종 과자 등의 간식을 끊었다. 다행인 건 평소 내가 먹던 식단에서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식단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었다.(단, 카페라테와 치즈를 맘껏 못 먹는 건 슬프다) 달달한 간식이 안 먹어서일까 50여 일동안 몸무게 3kg이 빠졌다.


그렇게 조금은 변한 일상을 보내던 중 한 달 전 했던 건강검진 결과를 받았다. 검진 날 의사에게 들었던 유방 결절 소견이 있었고 다른 부분의 별다른 의견은 없었다. 그러나 내 눈에 띈 수치 2개. 이때까지 건강검진에서 늘 정상범위였던 수치였는데 이번 검사에서는 정상 범위를 벗어나있었다. 콜레스테롤과 체지방률이었다.


콜레스테롤도 놀랐지만 체지방률이 더 놀라웠다. 비만도를 얘기할 때 주로 말하는 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눔)는 정상이었다. 체지방률도 늘 정상수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상수치를 벗어나 경도비만 상태였다. 아슬아슬하게 정상범위를 벗어난 것도 아닌 경도비만 범위에 제대로 안착한 수치였다. 2년 전 검진때와 몸무게 차이는 1kg. 그런데 체지방률은 거의 10% 차이가 나는 거다.


그렇다고 보기에 과거보다 살이 더 쪄 보이는 상태도 아니었다. 옷도 몇 년 전 입던 사이즈나 지금 입는 사이즈나 같았다. 그런데 수치는 말하고 있었다. 너 근육이 빠졌고 지방이 더 늘었다고. 조절해야 한다고. 콜레스테롤과 체지방률이 유방암 발병과는 전혀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 몸이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안 좋아지긴 했다는 건 받아들여야 했다. 건강검진 결과를 보며 어차피 암세포도 내 몸에 더 이상 자리잡지 않도록 해야 하니 조금 더 건강하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난 작년보다, 50일 전보다, 어제보다 건강한 하루를 보내며 수술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 식단에 관해 어떤 것이 좋고, 좋지 않고는 제가 찾아본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 정답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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