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유방암 수술 날

by 작은나무

사는 동안 내가 입원을 했던 적은 이번이 세 번째, 수술은 두 번째다. 앞서 두 번의 입원은 모두 출산 때문이었다. 첫째는 자연분만으로, 둘째는 전치혈관이라는 상황 때문에 자연분만이 불가능하여 제왕절개로 출산을 한 조금은 특이한 케이스였다. 어쨌든 출산 외에는 수술과 입원을 한 적이 없었는데 유방암으로 인해 내 인생에 수술과 입원 횟수가 한 차례씩 늘었다.


수술 전날 입원수속을 하고(비행기 수속처럼 모바일로 수속이 가능했다) 문진표를 작성한 뒤 배정된 병실로 갔다. 짐을 풀고 환자복을 입고 병상에 앉아있으니 내가 수술을 앞둔 환자라는 게 조금 실감이 났다. 나는 암병변이 한 부분에만 있었고 크기가 작은 편이어서 부분 절제를 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진단 상 0기지만 미세침윤의심이 되는 상황이어서 감시림프절도 뗄 예정이었다.


감시림프절 생검술은 암세포가 자기 자리를 벗어나 림프절로 전이될 때 가장 먼저 전이가 되는 겨드랑이 부분 림프절 몇 개를 떼는 것이다. 수술 중 떼어낸 림프절은 즉시 전이 여부 검사를 한 뒤, 전이가 있을 경우 겨드랑이 림프절 부분을 넓게 떼어내는 수술이 진행되고 전이가 없을 경우 그대로 수술은 종료된다.


감시림프절을 떼어 낼 예정이었기 때문에 내가 수술할 왼쪽은 혈관을 보호해야 했다. 왼팔에 '혈관 보호'라고 쓰여진 팔찌를 차게 되었고, 왼팔에는 혈압을 재거나 수액을 맞는 등의 행위는 금지되었다. 이는 수술 후 3-4년까지도 지켜져야 하는 부분이다. 앞으로 3-4년 동안 내 왼팔에는 혈압을 재서도 안되고 접종 등의 주사를 맞는 것도 안되며 체혈도 할 수 없고 수액을 맞을 수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른팔이 왼팔보다 혈관이 더 잘 보인다는 거다.


병원에 있는 동안 수술을 앞두고 해야 할 몇 가지가 있었다. 먼저 수술 부위 표시를 위해 국소마취를 한 뒤 와이어를 심었다. 아프다는 후기를 많이 봐서 걱정했지만 약간 뻐근하긴 했지만 아프진 않았다. 와이어를 심고 불편한 자세로 유방을 납작하게 눌러서 하는 유방촬영을 하고(이게 더 불편했다) 입원 첫날이 지나갔다.


수술을 앞둔 밤이어서, 내 옆의 대상포진 환자의 앓는 소리 때문에, 창밖에서 들리는 헬리콥터와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 다인실의 특성상 수시로 켜지는 병실 불, 간호사의 방문 등의 이유로 잠을 거의 못 잔 상태로 아침이 되었다.


아침 9시 수술이었던 나는 8시부터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후기에서 아주 아프다는 후기가 많았던 '공포의 유륜 주사'를 맞으러 핵의학과로 갔다. 처음에 간호사가 회계학과로 가라는 줄 알고, 왜 뜬금없이 회계학과로 가라는 거지? 원무과를 가란 말인 건가? 의문을 품으며 안내해 주는 분을 따라갔더니 '핵의학과'길래 혼자 속으로 어이가 없어 웃었다. 수술을 앞두고 내 귀가 이상해진 것 같다.


아무튼 내 이름이 호명되고 침대에 누우니 아주 얇은 주삿바늘이 유두를 중심으로 유륜의 동서남북 방향에 총 네 군데 찔렀다. 겁을 잔뜩 먹은 거에 비해 너무나 아무 느낌이 들지 않아 이게 뭐지 싶었다.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는 사람도 몇몇 있었는데 조금만 아파도 엄살이 심한 나인데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유륜주사는 약품을 넣어 림프절이 더 잘 보이게 하여 전이 여부 및 제거해야 하는 림프절을 좀 더 잘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목적으로 맞는다고 하니 꼭 필요한 과정이다. 혹시나 통증이 겁나는 사람이어도 정말 아프지 않으니 덜 겁먹었으면 좋겠다.


공포였지만 공포가 아니었던 유륜주사를 맞은 뒤 병실에 올라와 남편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수술실의 호출이 있었다. 침대에 누워 이동할 줄 알았는데 그냥 걸어가면 된다고 해 남편과 이야기하며 수술실이 있는 층으로 걸어갔다. 내가 수술할 방은 21번 방. 남편은 병실로 가고, 나는 수술실로 갔다.


나는 다소 차가워 보이는 수술대에 상의를 탈의하고 누웠다. 간호사는 하얗고 도톰한 천을 내 상의에 덮어주었다. 그리고 양팔과 양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침대에 각각 묶었다. 부분 절제이지만 전신마취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마에는 찍찍이 몇 개를 붙여주었고, 내가 잠을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붙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후 산소 마스크를 씌워주고 심호흡을 두 번 하라고 했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고 두 번째 숨을 들이마신 뒤 내 기억은 끊어졌다.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르고 스스로 깬 건지 외부의 영향으로 깬 건지 눈을 떴다. 수술은 끝나있었고 나는 회복실에서 하늘색 담요를 덮고 있었다. 추웠다. 그리고 양 옆 커튼 너머로 어떤 아저씨의 '배가 너무 아파'라는 소리를 2초에 한 번씩 들었고, 어떤 꼬마 남자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마취가 덜 풀린 건지 통증은 없었고 춥기만 했다.


병실로 올라와 전신마취 가스를 빼기 위해 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열심히 심호흡을 했다. 그 사이 마취가 풀리며 흐리멍덩했던 정신도 또렷이 돌아왔고 통증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수술 통증이 어느 정도로 아플까 걱정이 되었지만 수술 전에 인터넷에서 어느 분의 '제왕절개보다 안 아파요'라는 말을 보고 안심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느낀 통증도 그러했다. 제왕절개 통증에 비하면 유방암 부분절제술의 통증은 아주 약했다. 병실로 올라오고 2시간 후에 나는 걸어서 화장실에 다녀왔고 점심 식사도 할 수 있었다.


이제 암세포는 내 몸에서 사라졌다. 부디 꼭 그러하길 바라며 교수님 회진을 기다렸다. 회진 때 교수님은 수술은 잘 되었고 림프절에서 전이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다. 수술 때 떼어낸 전체 조직을 검사하고 추가 검사가 필요한 경우는 수술 후 외래에서 말해준다고 했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둘째 날 밤을 보냈다.


다음날, 2박 3일의 입원 일정을 마치고 퇴원했다. 당분간 왼팔로는 무거운 것도 들면 안 되고, 림프절에 무리가 갈 수 있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스트레칭은 주기적으로 조금씩이라도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겨드랑이 부분이 굳어버려 오십견이 오고 왼팔의 가동 범위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3주 후에 있을 외래일까지 열심히 회복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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