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첫 외래; 0기에서 1기로

by 작은나무

2월 6일 수술 후 첫 외래는 2월 26일로 잡혔다. 구정 연휴가 낀 탓에 일주일 정도 늦게 잡혔다. 수술 후 결과가 가장 정확한 결과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알고 싶었지만 환자가 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잡힌 일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 몸 관리뿐이니 그것에 전념하기로 했다.


수술 후 1주 차는 병원에서 준 써지브라(압박브라)가 적응이 잘 안돼 답답했다. 집에선 늘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잘 때까지 입어야 하는 것이 제일 답답했다. 심지어 잘 때 수술한 왼쪽으로 누우면 안 되고 오른쪽으로 눕기엔 오른쪽 어깨가 너무 아프고, 똑바로 누워 자는 건 원래 못해서 불가능, 엎드려 자는 것도 당연히 불가능하여 자다가 몇십 번을 깼는지 모른다. 수술부위 자체의 통증은 약했지만 오히려 그 외의 것들이 불편했던 시간이었다.


수술 후 2주 차가 되었을 때 겨드랑이에서 떼어낸 림프절 4개가 얼마나 큰 신체 일부였는지를 느끼게 되었다. 왼팔을 앞으로 나란히 자세를 하고 위로 올리려고 하면, 누군가 내 겨드랑이와 팔 사이를 아주 탄성이 강한 고무밴드로 묶어놓은 듯 당김이 심했고 아팠다. 수술 후 1주 차보다 증상이 심해졌다. 그러나 아프다고 팔을 움직이지 않으면 내 팔의 가동범위가 그대로 굳어지기 때문에 스트레칭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생각날 때마다 팔을 위로, 앞으로, 옆으로 뻗는 스트레칭을 했다. 이제 막 마흔이 된 내가 오십견까지 겪고 싶진 않았다.


평소 오른손과 왼손의 사용 비율을 따지면 오른손을 90프로를 쓰고 왼손은 보조 용도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 수술을 한 뒤 내가 생각보다 왼손, 왼팔을 일상에서 많이 쓴다는 걸 알았다. 가방이나 물건을 들 때 자연스레 왼손이나 왼팔을 이용했고, 차 문을 열 때도 어김없이 왼손을 사용했다. 머리를 감고 말릴 때도 헤어드라이기를 왼손으로 들었다.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수술 후 3주 차가 되니 왼팔 스트레칭이 한결 나아졌다. 왼팔을 사용할 때 통증도 확연히 사라졌다. 몸이 수술한 상태의 몸으로 적응해갈쯤 외래 진료일이 다가오고 있었고 괜찮아지는 몸과 달리 내 마음은 걱정과 불안으로 복잡해졌다. 수술 직후 상황으론 림프절 전이가 없다고 했고 수술도 잘 끝났다고 했지만 최종 결과는 또 모르니까. 어떤 변수가 있을지. 혹시나 항암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진 않을지. 온갖 불안이 내 마음을 조금씩 잠식했고, 이틀에 한 번은 잠을 설치는 한 주를 보냈다.


드디어 수술 후 첫 외래.

남편과 진료실 밖에서 대기를 하며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기다리다 내 순번이 다가오자 우리는 바짝 긴장했고, 내 이름이 불려 진료실로 들어갔다. 대학병원 진료는 언제나 긴장된다. 교수님은 나를 보고 말씀하셨다.


"환자분, 우리가 수술은 잘 끝났는데 암타입이 안 좋게 나왔어요. 삼중음성이에요."

삼중음성. 남편과 나는 이때 암 선고를 받을 때보다 더 충격받았다. 삼중음성은 전체 유방암 중 10~15%만 차지하는 적은 비율의 타입이었다.


유방암엔 크게 세 가지 암타입이 있는데 여성호르몬을 먹고 성장하는 호르몬 타입, her2(허투) 수용체 단백질을 먹고 성장하는 허투 타입, 먹이가 없이 혼자 성장하는 삼중음성 타입이 있다. 호르몬 타입은 호르몬을 억제하기 위해 항호르몬제 약을 5년 정도 복용해야 하고, 허투 타입은 허투수용체를 공격하는 표적항암치료를 해야 한다. 그런데 호르몬이나 허투 단백질에 반응하지 않고 혼자 자라는 삼중음성 타입은 세포독성항암치료만 가능한 것이다. 심지어 공격성도 제일 높고, 재발률과 전이율도 다른 타입보다 높다.


교수님은 계속 말씀하셨다.

"수술 전 조직검사에서 0기암(상피내암)으로 나왔는데 그 안에 0.5cm의 침윤암이 있었어요. 아마 이것 때문에 조직검사에서 미세침윤의심으로 나왔던 거 같아요. 그래서 환자분 병기는 최종 1기로 올라갔고요. 림프절 전이는 없고 혈관 침범도 없어요. 크기도 작아서 항암은 하지 않고 방사선 치료만 하면 돼요."

"항암 안 해도 되나요?"

"네. 다만, 암타입이 안 좋으니 앞으로 관리는 종양혈액내과에서 받도록 할게요. 초진일 잡아줄 테니 앞으로 관리는 그쪽에서 받으세요."


삼중음성 타입은 크기와 상관없이 무조건 항암을 해야 한다는 글도 많이 봐서 항암을 진짜 안 해도 되는 건가 하는 불안함도 있었다. 하지만 나 같은 케이스의 경우(크기가 작고 혈관침범, 림프절 전이가 없는) 항암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표준 가이드도 그러했기 때문에 항암을 안 해도 된다는 교수님의 말을 듣고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삼중음성 타입은 남편과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어서 둘 다 너무 놀랐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남은 방사선 치료를 위해 힘을 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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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방사선 치료 일정을 잡아두고 종양혈액내과 초진을 보러 간 게 지난주다.

그리고 난 지금 항암, 그것도 가장 독하다는 ac항암을 한지 일주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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