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기인 줄 알고 수술-방사선-항호르몬 약 5년 복용의 절차(유방암 중 제일 많은 유형에 나도 으레 속할 거라 생각했다)로 진행될 줄 알았던 나의 유방암 치료 과정은 수술 후 내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정해졌다. 1기가 되었고 수술-항암-방사선의 절차로 진행된다.
삼중음성 타입은 호르몬 영향을 받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호르몬을 억제하는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면 장점이 될 수 있다. 타목시펜이라 불리는 항호르몬제 약은 유방암 재발률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긴 하지만, 자궁과 난소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또 다른 여성질환을 걱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매번 시간을 지켜 꼬박 5년 또는 그 이상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몸이 영향을 받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하지만 항암과 방사선 치료만으로 끝나고 별다른 약이 없는 삼중음성 타입은 약이 없어서 또 불안하다. 어찌 됐든 암은 한 번 걸리면 평생을 재발, 전이의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힘들 것 같다. 조금 덜 신경 쓰고 사느냐, 그 걱정에 매몰되어 사느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항암을 하지 않을 줄 알았던 3월 초까지의 나는 방사선 치료 일정을 잡아두고 기다리던 중 종양혈액내과 초진을 봤다. 종양혈액내과 교수님은 유방외과 교수님과 달리 말씀하셨다.
"크기가 작고 전이는 없지만, 조직분화지수(ki-67 지수)가 너무 높네요. ac항암 4회를 해야 합니다."
"아, 그런가요. 항암 해야 할까요? 언제부터요?"
"오늘부터 가능합니다. 하고 가세요."
"네? 오늘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어요. 교수님. 오늘 말고 제일 빠른 날은 언제인가요?"
"내일이요. 그럼 내일 하실래요?"
"네. 내일 할게요."
수술로 내 몸의 암세포는 완전히 제거했고, 암세포 주변의 정상조직도 일부 제거하였고 그 절단면에서 암세포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혈관침범이나 림프절 전이도 없이 깔끔하게 잘 제거되었지만 문제는 공격성 높은 암타입과 암세포의 성장속도를 나타내는 ki-67 지수가 문제였다. 이 지수가 보통 20-30 이상이 되면 암세포가 활발히 성장하고 있다고 보는데 나는 무려 90이었다. 공격성도 높은데 성장속도도 아주 빠른 놈이었던 것이다. 교수님은 이렇게 빠르고 공격적인 암세포를 조기에 잡아낸 건 다행이라 하셨지만 혹시나 모를 미세 잔존암이 있을 수 있으니 항암을 꼭 해야 한다고 하셨고, 나도 그 말에 수긍했다.
하루동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다음날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일은 휴직신청을 하여 항암을 하는 3-4개월은 쉬기로 하였다.
병원에 도착하여 항구토제 수액을 맞고 항암제를 맞았다. 투명한 수액이 하나 들어가고 일명 빨간약이라 불리는 빨간색의 항암제가 내 몸에 들어갔다. 그리고 정확히 3시간 후부터 내 몸은 달라지고 있었다. 어지러웠고 속이 메스껍기 시작하였다. 여러 후기들에서 입덧이 아주 심한 상태일 때와 비슷하다는 걸 봤었다. 나는 두 아이를 출산했지만 두 번 다 입덧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입덧이 어떤 느낌인지 상상만 했었는데 이번에 정말 제대로 겪었다.
그리고 팔꿈치부터 손끝까지, 무릎부터 발끝까지 너무 저렸다. 손과 발은 냉골이 되었고 메스꺼움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지만 먹지 않으면 회복이 더디다는 얘기에 조금이라도 먹으려 했고 첫날 저녁 바나나 1개와 찐 단호박 아주 조금을 먹었다. 항암제를 몸에서 빨리 내보내야 좋다기에 물도 자주 마셨다. 자고 일어나면 조금은 나아지려나 하는 기대를 했지만 둘째 날, 셋째 날도 똑같았다. 그나마 팔, 다리 저림 증상은 첫날 외에는 괜찮았고, 메스꺼움은 3일 꼬박있었다. 먹는 것도 나아지지 않았다. 하루 종일 속이 울렁거리니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먹지 않으면 더 울렁거렸고 입안에 사탕, 얼음 등을 머금고 있으면 조금은 나아져 시간이 가기만을 바라며 버티고 있었다.
유방암 진단을 받기 전 51kg대였던 몸무게가 수술, 1차 항암을 거치며 46kg까지 빠졌다. 체력이 되지 않으면 다음 항암이 미뤄질 수 있기 때문에 잘 먹고 체력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정말 다행히 4일 차부터 메스꺼움이 거의 사라졌다. 5일 차부터는 원래 식욕을 되찾았다. 그리고 항암 열흘째인 오늘까지 난 정말 잘 먹고 잘 지내고 있다. 3개월 만에 치킨과 탕수육, 짜장면을 먹었고, 항암특권이란 이유 혹은 핑계로 아이스크림도 조금씩 먹는다. 단백질 보충을 위해 소고기, 닭고기, 추어탕 등을 번갈아가며 챙겨 먹고 있다. 메스꺼움이 사라지면서 다른 부작용이 생기는 사람도 많은데 다행히도 다른 부작용은 없다.
하지만 곧 탈모라는 엄청난 부작용이 오겠지. 다른 부작용은 운 좋게 피했을지라도 탈모는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이라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였고 뭉텅이로 머리카락이 빠져 감당이 안된다는 후기를 너무나 많이 봐서 머리가 빠지기 전 미리 쉐이빙 예약을 해두었다. 두상이 이상하게 생긴 탓에 대머리가 된 내 모습이 심히 걱정되지만 이 또한 받아들이고 얼른 적응해야지. 그래도 모자와 가발이라는 보조도구가 있으니 다행이다. 엄청난 메스꺼움을 3일 겪으니 탈모는 오히려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남은 항암 3회도 잘 받을 테니 부디 부작용은 최소한으로, 항암 효과는 최대한이면 좋겠다. 1차 항암의 부작용이 시작되자마자 든 생각이 '아, 이건 정말 인생에서 이번만 겪고 싶다. 다시는 절대 겪고 싶지 않다'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