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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규 Apr 02. 2019

사실 나 스파게티 싫어해


그 애는 스파게티를 참 잘 만들었다.


사실 음식 솜씨가 훌륭한 편은 아니었다. 스파게티를 잘 만들게 된 건 그게 그리 어렵지 않은 요리였기 때문일 것이다. 양 조절도 잘하지 못해서, 산더미 같이 만들어 놓은 그걸 매번 나는 힘들게 먹어치우곤 했다. 사실 나 스파게티 별로 안 좋아하는데. 네가 만들어 준 요리라서 나는 아무 말 없이 먹었고, 그 많은걸 다 먹는 나를 보며 너는 내가 스파게티를 퍽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참 많이 싸우던 때, 너는 내게 밥 먹고 가-라며 조금 더 신경 쓴 스파게티를 만들어 주곤 했다. 그걸 먹으면 머리 끝까지 났던 화가 가라앉는다. 우리만의 화해법이 그랬다. 너는 내가 먹는 걸 물끄러미 보며 앞에 앉아 있었다. 원하지 않던 균열이 둘 사이를 갈라놓고 있었을 때. 너는 네가 만든 스파게티를 먹는 나를 보는 것으로, 아직은 네가 내게 필요한 사람이라고 확인했던 것 같다. 무신경해서 그땐 알지 못했지만. 성실하게 그 요리를 다 먹던 나를 예뻐했던 그 사람.  


피자를 시키다가 어머니가 드시고 싶어 해서 스파게티를 함께 주문했다. 치즈가 올려진 그 빨간 면발을 보며, 잘 먹으니까 기분이 좋네-라고 말하던 그 애가 떠올랐다. 가끔 생각이 난다. 밥 먹고 가-라는 말을 뒤로한 채 돌아왔던 그날. 나는 이제 스파게티를 안 먹는다. 원래 좋아하지도 않았다고.


아직도 그 애는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해주고 있을까. 그 사람은 "이건 너무 많다"라던가, "나 이거 별로 안 좋아해"라고 말하는. 그런 미련하지 않은 사람이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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