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

by 박정규

너 착한 놈인 거 안다. 그러니까… 너도 내가 너 죽이는 거 이해하지?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이걸 한 줄로 줄이면 바로 “어쩔수없다”가 돼요. 그리고 그 말은 참 많은 걸 설명합니다. 왜 이런 이해 안 되는 일이 벌어졌는지, 왜 일이 이렇게 흘러가는지, 왜 내가 이래야만 하는지. 세상은 개인이 저항할 수 없는 불가항력으로 굴러가고, 사람은 ‘선택한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대부분 떠밀려 삽니다. 내몰린 사람은 때로 타인에게 부조리해지고, 그렇게 말하죠.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이 영화는 그걸 묻습니다. 정말, 어쩔 수 없었냐고.

박찬욱 감독은 이번 신작을 “아주 대중적인 영화”라고 소개했습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다만, 이분은 친절한 금자씨에서 “가불은 불가”라는 대사를 써놓고 웃겨서 20분 동안 웃었다거나, 공동경비구역 JSA를 각색할 때 일부러 웃기려 노력했다는 일화를 남긴 분이죠. 유머 감각이 좀 독특하신 분입니다. 그걸 감안하고 보셔야 합니다. ‘어쩔수없다’는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시대를 관통하는 주제를 붙잡고 있습니다. 박찬욱표 잔혹한 장면은 거의 없고, 주인공은 결국 원하던 바를 이룹니다. 한국 영화사에 그 하드보일드했던 복수는 나의 것을 찍어놓고 “관객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분이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면, 이건 정말 대중적인 영화가 맞겠죠. 이 영화를 향한 혹평에는 다소 불합리한 구석들이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저는 박찬욱 감독의 팬으로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이 잘 만든 영화를 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감독님이 다음 작품을 찍으신다면 “이건 대중적인 영화다”라는 말은 제발 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차라리 “이건 존나 난해하고 예술적이며 아무나 이해 못 한다”고 하셨으면 합니다. 그럼 그 영화를 이해할 만큼 지성적이라고 믿는 분들이 앞다퉈 인스타그램에 관람 인증을 올릴 테고, “제가 해석해 드리죠”라며 유튜버들이 알아서 바이럴을 만들어줄 겁니다. 아니면 차라리 누가 악인인지 헷갈리는 ‘어쩔 수 없는 이야기’ 같은 건 버리고, 모든 걸 흑백으로 나눠서 “나는 무조건 선”이라고 믿는 주인공이 남들 다 줘 패는 영화를 만드셔도 좋겠어요. 가능하다면 마동석 배우도 캐스팅 하시구요. 물론, 그런 영화를 만든 박찬욱이 여전히 박찬욱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감독이 자기 영화를 직접 해설하는 건 재미없다”고 했던 분이, 이제는 영화가 재미없고 이해가 안 간다는 관객들을 위해 일일이 의도를 설명하는 유튜브를 찍고 계신 걸 보면 조금은 씁쓸해집니다. 쇼츠만 보는 시대의 문법을 탓할 수도 없겠죠. 이미 그런 세상이니까. 정말, 어쩔수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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