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여행기(1일차)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에서 스노클링하기

by 김둥둥

경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의 버디 덕분에 이번 여름은 울릉도로 떠나기로 계획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지만 생각할수록 나중에는 이런 기회가 더 없어질 것 같았다. 6년 전에 배운 스쿠버다이빙을 이 기회에 울릉도에서 해볼 수도 있고, 내년에 졸업 후 취업을 하면 원하는 날짜에 길게 놀러 다니는 게 어려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여행을 오래간만에 해보고 싶었다.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기 위해 수영도 열심히 배웠으니,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포항으로 향했다.



핀과 스노클링 장비, 옷과 세면도구 등을 챙겨서 부산 종합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배편이 아침 9시 20분이어서 6시 50분에 포항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탔다. 일찍 일어나서 피곤할 법도 한데 오래간만에 여행 가는 길이 설레서 그런지 피곤함이 그렇게 느껴지진 않았다.


도동항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파도가 심하지 않았다. 멀미하지 않고 무사히 울릉도에 도착했다. 도동항에 도착하자마자 물 색을 확인했는데 한국에서 본 바다 색 중 가장 맑았다. 항구에 배 바로 앞의 물 색이 이 정도인데 다른쪽은 얼마나 더 맑을까 궁금해졌다.


독도짬뽕점


도착하자마자 짜장면과 짬뽕을 먹었다. 울릉도에는 오징어가 많이 잡혀서 짜장면에도 오징어가 들어있다. 사장님도 친절해서 기분이 좋았다. 밥을 다 먹고 저동에 있는 허름한 숙소에 짐을 풀었다. 스노클 장비를 챙겨서 통구미항으로 향했다.


거북바위


통구미항에서 몇몇 사람들이 스노클링을 하고 있었다. 거북바위가 있는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 했지만 스노클링을 했다. 핀이 있으니까 도전할 용기가 생겼다. 파도도 별로 없고 잔잔하고 좋았다. 하지만 발 안닿는 스노클링은 너무 오랜만이라 적응할 시간이 좀 필요했다. 물고기도 좀 보고 했는데 해가 쨍쨍할 시간 즉 오전이나 점심시간 이후쯤 스노클링을 하면 더 예쁠 것 같았다.


여기 와서 안 사실인데, 요즘은 양 팔에 끼는 암튜브를 많이 한다고 한다. 비키니나 모노키니를 입고도 예쁘게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암튜브를 착용하면 잠수를 할 수가 없다. 울릉도 여행객들은 대부분 스노클링과 핀이 있었고 없으면 대여라도 해서 하는 분위기였다. 스노클링 아니면 가볼 곳이 제주도처럼 엄청 많은 게 아니라 바다에서 놀 수 있는 장비들을 많이들 챙겨오는 것 같다.


통구미항에서만 스노클을 하기에는 아쉬워서 거북바위 쪽을 한 바퀴 돌고, 가까이에 있는 다이빙 샵 앞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전화를 하는데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았다. 택시는 다 저동 쪽에 몰려있는데 이곳까지 오려는 택시가 잘 없었기 때문이다. 버스는 1시간이나 2시간에 한 대씩 있어서 히치하이킹을 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다이빙 샵 사람들이 봉고차에 올라탔다. 동유럽에서 히치하이킹을 했던 실력을 발휘했다. 어디까지 가시는지 여쭙고, 남양항까지 가는데 태워주기를 부탁했다. 운 좋게 그쪽까지 간다고 해서 얻어 타고 남양항 근처에서 스노클링을 할 수 있었다.


남양항


오후 4~5시쯤이었는데 파도가 세서 들어가기가 무서웠다. 파도가 잔잔한 날이면 좋을것 같았다. 해변에는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어서 또 무서웠다. 그래서 여기서도 역시 한 번만 딱 물에 들어가고 많이 즐기지 못했다. 그래도 이곳은 샤워장이 넓고 깨끗해서 정말 좋았다. 해질녘의 하늘도 예뻤다. 씻고 저동의 숙소로 넘어가서 밥을 먹으려 했는데 8시가 거의 다 되어 가는 시간대에는 식당들이 다 문을 닫아서 먹을 곳이 변변치 않았다. 그중에 문이 열려 있는 뷔페에 가서 저녁식사를 마쳤다.


촛대 바위와 저동항 야경

과자와 음료수를 사들고 저동 방파제 쪽으로 밤 산책을 했다. 방파제 뒤쪽으로 밝게 빛나는 바위가 정말 멋있었다. 이쪽에서 일출을 보면 참 예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방파제 빨간 등대가 있는 곳까지 쭉 걸었다. 울릉도 여행에서 밤의 야경은 기대도 안 했었는데 생각보다 야경이 멋졌다. 등대까지 와서 보니 크고 높은 건물 대신 적당한 높이의 건물들의 불빛과 다리의 작은 불빛들이 바다에 일렁였다. 8월인데 바람도 선선하고 별이 조금씩 보여서 기분이 좋았다. 등대 쪽에 널찍하게 자리가 있어서 과자를 먹고 누워서 노래를 들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행지에서의 여유였다. 그렇게 산책을 하고 숙소에서 호박 막걸리를 한 잔 하면서 드라마를 보고 스르륵 잠에 빠졌다.


바다와 바람 그리고 별이 있는 곳에 있을 때는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꿈틀대며 벅차오른다. 저동 방파제를 걷는데 그런 느낌이 들었다. 행복하고 자유로운 느낌. 가슴 위쪽까지 벅참이 느껴졌다. 전에 제주도를 여행하다가 눈 쌓인 용눈이 오름에 있을 때도 그런 느낌이었고, 6년 전 이집트 다합에서, 인도 판공초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느낌'의 공통점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멋진 풍경을 보거나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였다.


어려서부터 가족들이랑 제대로 된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었다. 평화롭고 즐겁고 행복한 그런 순간들이 없었기에 더욱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인 이런 순간들이 값지고 더 행복한 것 같다. 울릉도 첫날을 아주 알차게 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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