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잘 못해도 괜찮아
나는 유치원생 때 한 번, 스물세 살에 이집트 다합 바다에서 한 번 물에 빠진 적이 있다. 물이 너무 무서워서 계곡을 가거나 바닷가에 놀러 가면 튜브나 구명조끼를 사용해야 물놀이를 할 수 있었다. 부력이 있어서 바닷물에는 쉽게 뜬다는 것도 알고, 오리발이 있으면 쉽게 물에 떠서 무섭지 않다는 것도 알지만 물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다.
물을 그렇게나 무서워했던 나는 이집트 다합을 여행할 때, 수영을 못 해도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다는 강사의 말을 듣고 도전하면서 물과 친해지게 되었다. 하지만 물과 친해졌지 수영을 제대로 배우지는 않았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수영을 배우고는 싶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던 건지, 별 관심이 없어졌던 건지 배우지 않았고 어쨌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스물아홉이 되어버렸다.
물을 정말 좋아하는데도 물을 무서워하는 나 자신이 조금 바보 같았다. 곽정은의 에세이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를 읽고 서른이 되기 전에는 수영을 꼭 제대로 배워서 바다에서 여유롭게 잠수도 하고 수영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렇게 2022년 새해가 되자마자 수영강습을 들었다.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일단 저지르고 보면 배우게 되고 어떻게든 하게 된다. 주 5일 강습으로 두 달 동안 수영을 배우고, 코로나 때문에 두 달의 텀을 가진 뒤 다시 두 달을 배웠다. 기초적인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조금) 영법을 떼고 난 뒤 사직 수영장에 가서 자유수영으로 열심히 수영 연습을 했다. 그리고 대망의 8월. 울릉도 여행이 시작되었다.
일단 첫날에는 통구미항과 남양항에서 스노클링을 했고 잠수는 하지 못했다. 스노클링도 엄청 재밌게 즐기지는 못 했다. 발이 안 닿는다는 것에 압도되어서 꽤나 놀기 안전했던 통구미항에서도 그리 신나게 놀지는 못했던 것 같다.
둘째 날에는 삼선암에 다녀왔다. 사실 삼선암은 프리 다이빙하는 사람들이 갈 만큼 깊은 곳이 펼쳐지는 곳이라서 초보자인 나에게는 좀 무서운 곳이었다. 이 날 역시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날씨는 너무 좋았지만 해변처럼 되어있는 게 아니라 따개비가 붙은 바위 쪽에서 쓱 들어가야 했고 파도가 많이 쳐서 정말 정말 무서웠다. 이렇게 멋진 절경을 두고 나는 뭍에 나와 내 버디를 기다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스노클링을 백 퍼센트 즐기지 못했고 여유도 없었다.
셋째 날에는 현포에 있는 숙소에 짐을 풀고 해양연구기지 앞쪽에서 스노클링을 했다. 사실 이 날도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물이 잔잔하고 많이 깊지 않아서 무섭지 않았다. 게다가 물고기도 많아서 시야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스노클링이 재미있었다. 아마 이틀을 연습해서 조금은 물에 적응이 된 덕분이었던 것 같다. 내친김에 잠수도 계속 연습했다. 발이 닿는 곳이 있었기 때문에 잠수 연습하기가 좋았다. 내 버디는 열심히 나를 훈련시켰다. 낮은 곳에서 잠수하기, 깊은 곳에서 잠수해서 낮은 곳으로 올라오기, 바닥 찍고 올라오기 등.. 미션을 하나하나 수행하면서 배우는 재미가 있었다. 셋째 날이 되어서 드디어 울릉도의 바다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네 번째 날에는 선녀탕이라는 포인트에 다녀왔다. 이 날은 윈드 파인더 어플로 울릉도의 바람 세기와 방향을 보고 잔잔할 것 같은 곳을 선택해서 갔다. 역시나 잔잔하고 좋았다. 큰 줄돔도 보고 복어나 다양한 물고기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게다가 셋째 날 잠수 특훈을 받아서일까 꽤 깊은 수심까지 잠수를 할 용기가 생겼다. 2.9m를 찍었다. 게다가 바위를 한 바퀴 빙 돌아오기까지 했다. 너무 재미있고 좋았다. 햇살이 비추어서 물 색도 더 투명했고 아름다웠다.
선녀탕에서만 하기가 아쉬워서 울릉도에서 가장 좋다고 소문이 자자한 포인트로 향했다. 학포였는데 그곳은 파도가 너무 세서 솔직히 가장 무서웠다. 동굴이 있는 곳까지는 잠수도 하고 잘 가다가 갑자기 버디 없이 혼자 있을 때 큰 파도가 밀려와서 숨이 가빠졌다. 숨이 가빠진 채로 계속 스노클링을 하면 패닉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바로 물밖로 나갔다.
물놀이는 역시 겸손해야 함을 느꼈다. 물에서 여유롭고 자유자재로 잠수도 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고 해서 버디도 없이 혼자 잠수를 한다거나, 너무 오래 무리해서 수영하면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다. 다행히 나는 바다 수영을 잘하고 나를 구해준 전적이 있는 버디와 함께여서 안전했고, 나 자신도 물의 무서움을 알기에 조심하며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첫째 날과 둘째 날 제대로 못했고 무서웠다고 포기했으면 이렇게 멋진 곳에서 스노클링하고 잠수를 하는 건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물에서 안전하게 즐기는 방법을 터득하는 일은 우리가 삶을 사는 방식과도 비슷하다.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시작할 때 무섭고 겁나는 것처럼 나는 여전히 발이 닿지 않는 깊은 곳은 무섭고 파도가 치면 겁부터 난다. 하지만 그럼에도 물에 풍덩 빠져 스노클링을 했고, 잠수하는 방법도 배웠다. 무엇이든 처음만 힘들지 막상 시작해서 익숙해지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지는 않아지는 법.
그런 당연한 순리를 자주 잊고 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