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둥둥 Jul 02. 2023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지

바라나시와 아빠의 납골당 그리고 현재의 삶

최근 가식 없는 모습으로 여행을 즐기는 기안84가 핫하다. 10년 동안 가식 없기 쉽지 않다며 칭찬의 댓글도 이곳저곳에서 보인다. 인도의 모든 것을 느끼는 그의 매력에 사람들이 환호할만 하다. 얼마나 인도가 여행하기 빡센 곳인지 나도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계일주2 유튜브 영상을 빠짐없이 챙겨봤다. 나도 기안84처럼 인도에 가면 꼭 가보고 싶었던 도시 중 하나가 바라나시였고,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든 화장터에서 태워져 한 줌 재가 되는 삶과 죽음의 공간을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그래서 세계여행을 하던 때 바라나시에서 열흘을 넘게 묵었다.


7년 전에 갔던 바라나시와 태계일주2에 나오는 바라나시는 전혀 변한 게 없다. 너무 똑같아서 놀랐다. 여전히 그곳은 화장터의 매캐한 연기가 가득하고, 고인을 실어 나르는 사람들이 골목을 누빈다. 살아생전 부자였던 사람도, 가난했던 사람도 모두 한 줌 재가 되어 뿌려지는 갠지스 강물도 그대로다.

 


나도 기안84님 처럼 멍하니 화장터에서 죽음을 목도했다. 몇 시간은 화장터에서 불길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바라나시에서 봤던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 떠오른다. 어떤 신분이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똑같지만 화장에 쓰이는 장작을 조금밖에 넣지 못해서 시신의 일부가 다 타지 못한 채 강에 뿌려지는 경우도 있었고, 반면 넉넉한 양과 질 좋은 나무에 깔끔하게 태워지는 시신이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보고 사람은 죽을 때도 돈이 필요하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어쩐지 너무 씁쓸했다. 우리 아빠가 하늘나라로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화장를 하던 날, 오래전 발목에 박았던 철심이 나와서 오빠와 나는 오열을 했었다. 그 철심도 일정 시기가 지나면 뺐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치고 빼지도 못한 채 발목에 박혀 있었다. 그 생각을 하니 안타까움과 미안함에 마음이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마음을 추스린 후 안치실을 정하러 갔다. 안치실은 vip실과 일반실로 나뉘었고, 천장 바로 아래서부터 바닥 끝까지 자리를 정할 수 있었는데 가운데가 가장 비싸고 위나 아래로 갈수록 가격이 저렴해졌다.


우리 아빠는 가장 위쪽 칸에 안치시켰다. 가운데로 하면 명절마다 찾아갈 때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텐데 금액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맨 아래 하자니 너무 바닥 쪽이라 신경이 쓰였다. 그때도 바라나시에서 느꼈던 감정과 똑같은 걸 느꼈다. 사람은 죽을 때도 돈이 없으면 초라한 대우를 받는다는 걸 말이다. 자본주의시대에서 당연한 이치겠지만 많이 씁쓸하고 서러웠다.




시간이 흐르고 나는 삶을 대하는 자세가 많이 바뀌었다.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만 해도 자본주의와 우리나라 사회복지정책의 현실을 증오했다. 우리 아빠도 남들처럼 열심히 살아왔는데, 단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직업의 선택이 달랐기 때문에 더 가난했다면 그것은 우리 아빠의 책임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증오하고 책망한다고 해서 나와 가족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었고,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질 것이었다. 나는 그래서 언제부턴가 아빠의 몫까지 최선을 다 해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경제력을 기르고 행복하게 살고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내가 사회복지사가 되었을까?)


생은 결코 덧없지 않다. 속도와 방향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고 계획한 대로 어느 정도 삶이 흘러 간다. 나는 그것을 서른 살에 졸업하고 취업 했을 때 크게 깨달았다.




죽음이 다가올 때 '나 잘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살고 싶다. 내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아빠가 하늘에서 보고 뿌듯해 하셨으면 싶다. 넉넉하지 못했던 집안 환경을 탓하기보다 앞으로 더 좋아질 날들을 생각하며 살 것이다.


한낱 재가 되어 버릴 인생일지라도 유한한 이 생을 후회없이 살아보자.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축복이자 행복은 바로 살아있음(生)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내 삶의 10분의 1만이라도 좋아하는 일에 투자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