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마시 오도마리해변 스노클링, 카호절벽, 하마히가해변 석양
오래전 여행하다 만난 사람들과 함께 일본 영화인 ‘안경’을 봤다. 영화에서는 관광이 아니라 사색을 말하고, 저녁만 되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과 함께 먹는 장면이 나오고, 여주인공은 잔뜩 들고 온 짐이 담긴 캐리어를 버리고 가뿐하게 여행한다. 특별할 것 없는 영화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어 여러 번 봤다. 영화의 배경인 오키나와에 꼭 한 번쯤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에 나오는 곳은 정확히는 요론지마라는 섬이다. 오키나와 본섬인 나하공항에서도 다시 비행기나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가보고 싶긴 했지만 짧은 여름휴가의 일정상 요론지마 섬은 다음으로 기약하고 오키나와 본섬으로 향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곳은 오키나와현의 우루마시였다. 숙소 인근에는 관광지와 편의시설이 많지 않지만 영화 ‘안경’에 나오는 작은 마을처럼, 마음에 쏙 드는 곳이었다.
차를 렌트해서 우루마시에 있는 한 주택으로 향했다. 일부러 도심이 아닌 곳에 숙소를 구했다. 번화가가 아니라 숙박비도 저렴했고 무엇보다 마당이 있는 예쁜 집 전체를 빌릴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식물과 소라게 껍데기가 가득한 멋진 정원에 연신 감탄했다.
늦은 저녁 체크인을 하고 다음날 일어나 11시에 오픈하는 식당에 첫 번째 손님으로 들어갔다. 하마히가 섬에 있는 식당인데, 우리만 외국인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일본인 손님이었다. 마당이 예뻐서 사진을 찍다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이지만) 오키나와에 있다 보면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사람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아저씨들이 많이 입고 다니는데 한 번은 나하 시내에서 버스를 탔다가 좌, 우, 앞에 앉은 모든 아저씨들이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재미있기도 히고 신기해서 깔깔거렸던 기억이 난다.
식당에서는 영어 메뉴판을 달라고 말씀드리니 한국어로 된 메뉴판을 주었다. 어려움 없이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왔다. 메뉴는 총 3개였는데 간장 양념된 돼지갈비 소바, 내장 소바를 시켰다. 소바라고 하길래 차가울 줄 알았는데 따뜻한 소바였다. 진하고 깔끔한 국물 베이스에 정갈하게 담겨 나오는 음식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밥을 먹으면 젠자이(오키나와식 팥빙수)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차가운 젠자이만 된다고 해서 단팥죽을 차갑게 주나 보다 했는데 팥빙수였다. 오키나와는 우리가 아는 팥이 아닌 빨간색 강낭콩을 사용해서 빙수를 만든다. 얼음은 우리가 흔히 설빙에서 먹는 우유얼음이 아닌 각얼음을 갈아 만든 빙수인데 요즘엔 이런 빙수가 너무 좋다. 직원도 너무 친절하고, 사진까지 찍어줘서 기분이 한 층 업됐다.
식당 주소 : 56 Katsurenhama, Uruma, Okinawa 904-2315
식당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빙수집이 나온다. 블루 하와이 빙수를 맛있게 먹고 카호 절벽으로 향했다.
소금공장 앞에 주차를 하고 내부를 둘러본 뒤 바로 맞은편에 있는 길을 따라 카호절벽으로 향했다. 가보진 않았지만 사진으로 봤던 그리스의 자킨토스 느낌이 물씬 났다. 너무나 멋있었다.
카호절벽을 본 뒤 기다리고 기다리던 스노클링 장소로 향했다. 산호는 별로 없었지만 해초(?)들이 많았다. 게다가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바닷속이 투명해서 스노클링 하기가 너무 좋았다. 물고기도 많고 산호 찾는 재미도 있었다. 한두 시간가량 놀다 보니 어깨 쪽이 검게 그을려 버렸다. 이제는 제법 잠수를 잘한다. 작년에 울릉도에서 열심히 잠수 연습을 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푸른 동굴까지 갈까 생각도 했지만 여유롭게 숙소에 가서 씻고 천천히 쉬면서 둘러보기로 했다. 저녁에는 석양을 보기로 하고 재정비를 한 뒤 다시 차를 타고 하마히가 섬으로 향했다.
하마히가 해변은 정말 조용하고 고양이가 많은 곳이다. 해가 질 때까지 고양이와 해변, 하늘을 바라봤다. 편안하고 한가로운 여름휴가에 걸맞은 풍경이었다.
현지 가족이 물놀이를 즐기고 고양이들이 생선과 고기를 넘보는 장면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석양을 즐기다 가려고 했던 식당 영업시간이 끝나버렸다. 그래도 우리에겐 편의점이라는 선택지가 있었다. 음식과 술을 사다가 숙소에서 먹었다. 일본의 편의점이 세계 3대 음식(?)에 속한다는 기안84의 말에 공감되는 맛있는 저녁이었다. 이보다 완벽한 하루가 있을까!
인도 여행을 마지막으로 7년 만에 해외여행을 나갔던 터라 더 설레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기억을 통해 일상을 즐겁게 살아갈 힘을 얻는 것 같다.
오키나와 최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