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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May 08. 2024

결코 하찮지 않은 직장인 월급과 직장생활


일본인 작가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는 미니멀리즘을 접하기 좋은 책이다. 작년 봄, 취업하기 전 이 책을 읽고 책장에서 잠자고 있는 책을 알라딘에 팔거나 버렸고 옷장에서 몇 년씩 입지 않은 옷을 헌 옷 수거함에 넣어 버렸다.


이 책을 다시 집어 들게 된 계기는 회사 동료 몇 명과 함께 독서 모임을 시작하고 내가 책을 선정할 차례가 되어서다.


책을 읽다가 돌연 나의 직업과 직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예전에 나는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건은 모두 갖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에 다다르기엔 늘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처럼 우리는 종종 자신의 현실이 이상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원하는 물건을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에 늘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중략)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은 모두 하고 있었고 갖고 싶었던 물건은 전부 갖고 있었다. 일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대개 원하는 회사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입사해서 일한다. 물론 어떤 이들은 들어가고 싶었던 1순위의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할지 모른다. 2순위, 3순위도 아닐지 모르고, 심지어는 순위에 넣을 생각조차 안 했던 회사에 다니게 됐을 수도 있다. 아마도 먹고살기 위해 타협을 택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사나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매일 이직을 꿈꾸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력서를 보내고 제출하지도 않고 면접을 보지도 않았는데 그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리는 없다.

(중략)

그 회사에서 절대로 일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면접을 보러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력서를 보내고 면접을 본 회사에 합격했고, 그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바람이 이루어졌다.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아마 뛸 듯이 기뻤거나 일하게 되어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67~68p



이 페이지를 읽고 불현듯 내가 회사에 들어오고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에서 느낄 수 있는 것, 배울 수 있는 것의 가치를 점점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어떻게 하면 월급쟁이에서 벗어나 다른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해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더 몰두했다. 당연히 회사 생활만으로는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월급을 받는다. 미래를 생각하면 답이 나오지 않아 월급쟁이로 평생 살 수는 없다는 건 지금도 변함없는 마음이다.


하지만 내 과거를 돌이켜 보면 늦게 대학 공부를 시작해 복수전공으로 사회복지를 선택했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분야에 간절한 마음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썼고, 면접에서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책에서 나온 말처럼 '뛸 듯이' 기뻤던 기억이 난다. 나는 이 직업을 택했고 일하기를 간절히 원했었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면서 재테크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고 재테크 관련 유튜브나 책을 접하고 짠테크를 실천했다. 그러다 보니 월급쟁이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거나, 월급쟁이가 재테크를 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등 수많은 말들을 비판적인 시각 없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부자를 꿈 꾸는 시각에서는 월급쟁이로 일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당연히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회사생활의 기쁨과 배움도 다른 것 못지않게 중요하고 정기적으로 월급이 들어오는 시스템 안에서 고용 불안 없이 회사생활을 한다는 건 큰 안정감을 준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월급이 바탕이 되어야 그것을 발판삼아 돈도 모으고 성장할 수 있다. 취업 전에는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던 직장생활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원하던 일이 이루어지면 금세 그 상황에 익숙해진다. 익숙해진 일은 점점 당연한 일이 되고, 당연한 일은 이내 싫증이 난다.' 69p


원하던 취직을 했고, 나도 금세 그 상황에 익숙해진 것이었다.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이 당연해지기 시작했고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을 잃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는 말을 어디선가 정말 많이 들어봤다. 이 한 문장은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닌, 우리 인생의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아주 멋진 말이다.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음에, 좋은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일하고 있음에 늘 감사해야지. 또 이 사실을 망각하게 되면 다시 이 책을 집어 들어야지. 주어진 것에 감사하되 안주하지는 말아야지. 커리어적인 발전이든 자기계발이든 재테크든 새로운 무언가든 병행하는 것은 좋지만 월급을 과소평가해 일을 때려치우고 도전하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말아야지.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의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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