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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Dec 06. 2020

바다에서 우리는 한낱 부유물이다

바다는 뭍에서의 우리가 누구인지 모른다.


무려 4년 만에 이집트 다합에서 스쿠버다이빙을 가르쳐주셨던 강사 선생님과 다이빙 식구들이 모였다. 우리는 짧게는 2~3주 길게는 몇 달간 함께 지내며 스쿠버다이빙을 했었다. 만나서 몇 시간 동안 바닷속 이야기와 뭍에서의 이야기로 수다를 떨었다. 그 시절 추억이 떠올랐는지 다합의 요정 -그 시절 다합에서 요정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우리 식구들의 밥을 해주었고, 커피 한 잔과 빵 한입의 여유를 알게 해 주었고, 음악에 스며든 낭만을 느끼는 법을 알려준 사람이다. 나는 특히 그 요정을 비롯한 식구들 덕분에 행복해서 눈물이 나는 경험을 하기도 했었다.- 은 말했다.  우리는 바닷속에서 모두 부유물이 되어버린다고. 그 말은 어떤 걸 의미할까 계속 곱씹었다.



뭍에서는 상대나 혹은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곳에 살고,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는 건조하고 퍼석퍼석한 곳이다. (그래서 사막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공상도 해본다.) 그것들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는 이해관계가 얽힌다. 서로 시기 질투하는 못된 마음을 가질 때가 많다. 하지만 바닷속은 다르다. 물은 그 모든 것을 초월하는 것이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어떤 곳에 살든, 어떤 직업을 가졌든, 어떤 성격을 가졌든 상관이 없다. 바다 앞에 우리는 모두 똑같이 한없이 작고 나약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동시에 모두가 바다를 존경하고 사랑하게 된다. 이런 예쁜 마음이 자신도 모르는 새 생겨버린다. 너 나할 것 없이 겸손해지는 것이다. 적어도 산호와 수중생물을 가만히 눈으로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들 된다고 생각한다.




바닷속의 부유물처럼 둥둥 떠다니며 서로 눈을 마주치고, 멀찍이서 귀여운 퍼실리어 떼가 지나가는 것을 지켜본다. 그러다 보면 당신들이 참 소중해진다. 나라는 존재가 뭐랄까 감사해진다. 그래서 다합 요정은 우리 모두가 바다의 부유물이 되어버린다고 해맑게 말했던 것 같다. 바닷속에서는 손짓과 몸짓 말고는 마음을 전할 길이 없다. 말로 꼭 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마음이 물속에서 느껴지니까, 그만큼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게 되니까. 나는 그래서 언젠가 우리가 다시 바다에서 부유물로 마주하기를 기대한다. 내년이 될지, 다시 4년 뒤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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