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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Dec 23. 2020

중요한 것들의 부피는  살다 보면 커진다


선우정아의 스토리에 글이 올라왔다. 아마도 선우정아의 팬이 남긴 질문이지 않을까.


남에게 보여지는 나를 가꾸기보다 스스로 의지하고 기대하고 사랑하고 싶어. 어른이 되면 강해질  있을까?"


선우정아는 이렇게 대답했다.


다행히 점점 잘 되더라

타고난 성격들이 있잖아?

나도 남 시선 정말 많이 신경 쓰고

쉴 새 없이 주변을 의식하며

피곤하게 되는 타입이야

그렇게 태어난 그대로도 살아보고

안 그러려고 갖은 애를 다 써보다 보니

어느샌가 밸런스가 맞춰지는 것 같아

남들의 시선은 바빠서 자연스럽게 놓치게 되거나

진짜 내게 중요한 것들의 부피가 더 커지면서

진심으로 신경을 끄게 되거나

단지 귀찮아지기도 하고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이 제일 중요하잖아

본능이여 그니까 너무 걱정 마

강해진다기보다, 이래저래 살다 보면

너 자신에게 포커스가 뙇 맞춰질 거야"





선우정아의 답변  가장 가슴에  닿았던  "중요한 것들의 부피가  커진다" "강해진다기보다, 이래저래 살다 보면  자신에게 포커스가  맞춰질 거야."라는 말이다. 나는 줄곧 나보다 잘난 것들, 좋은 것들, 행복해 보이는 것들을 항상 동경했다. 그리고 내가 가진 것을 하찮게 여겼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진짜  자신이 하찮아지는 기분이  때도 있었다. 언제는 한번 여행하다 만났던 A 그리고 B 함께 같이 서울에서  일이 있다. 그때 어쩌다가 A 함께 다녔던 사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A  사람에 대해 대단히 지적이고 멋진 분이라고 말했던  같다. 그러다 A  사람이랑 나와 이야기를 하면 격이  맞을 것이라는 뉘앙스로 말을 이어갔다.  사람은 똑똑하고, 명문대에 다니고, 범접하기 어려운 사람일 거라는 이유(?) 댔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하다 그만둔 백수에 불과했다. 물론 그때 나의 삐뚤어진 자아가 작은 표현을 크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나쁜 느낌이 남아있는  보면 역시 좋지 않은 표현이었다는  짐작할  있다.


그 일은 지금으로부터 약 3년이 지난 일이다. 하지만 선우정아 말대로 이래저래 살다 보니 나 자신에게 포커스가 조금씩 조준되고 있는 것 같다. 그때는 왜 그렇게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했을까. 그도 그럴 것이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개 한국에 돌아가면 하던 일이 있거나, 대학 휴학을 해서 복학을 할 수 있거나 무언가 정해진 삶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돌아갈 직장이나 학교가 없다는 것이 굉장히 큰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장장 9개월을 여행했으니 대책이 없는 내가 한심했다. 그런데도 집에 가는 건 죽도록 싫어서 돈이 바닥날 때까지 한국에 돌아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사정을 그들이 알리가 없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계획이 없는 사람이 있었다. C 내가 만난 여행객 중에 가장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를 만난  2016 5월의 마지막쯤이다. C 아주 오랫동안 여행을 진행 중이었고, 발길 닿는 곳으로, 마음 가는 곳으로 흘러가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살았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한반도의 동과 서를 가로지르는 동서 트레일 이라던지, 지리산 종주라던지 우리가 쉽사리 도전하지 않을 법한 그런 일들을 일상 속의 여행으로 해내었다. 불행 속에서 행복을 찾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고, 따분함 속에서 여유를 찾는 요정 같은 사람이다.


C 만난 이야기를  것은  삶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많이 변화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배우고, 주어진 일상을 이래저래 살다 보니 나도 이제는 내가 가진 것들을 전보다는 부끄러워하거나 하찮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의 말이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내가 가진 , 내가 이룬 , 내가 경험한 것들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이상 나를 헐뜯는 사람은 사귀지 않고, 나의 선택을 스스로 존중해주고, 경험을 내세운 방황(여행) 자랑스레 여기게 되었다.


지금은 내게 중요한 것들을 소중히 하려는 노력을 하고  내면을 가꾸고 있다. 어제는 가족들과 오래간만에 만나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엄마에게 보이스피싱 문자가  것이다. 그걸 빌미로 오빠에게  문자를 보여줬다. "엄마  휴대폰 액정 깨져서 A/S 맡겼어ㅠㅠ 전화  ~~"라는 문자였다. 속을   우리 엄마에게 절대 이런 거에 속으면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오빠는  번호로 개새끼 소새끼 하며 욕을 보냈다. 그런 상황이 무척 웃겼던지 엄마는 소리  웃었다. 부쩍 엄마가 자주 웃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엄마랑 집에 있으면서 별다른  하지 않았는데 우린 자주 웃었다. 좁은 식탁에 둘러앉아 꺄르르 웃는 순간이 이렇게 소중하게 느껴지다니.  끝이 찡해졌다.

 

20 초반의  여행에서 행복과 희망과 여유를 아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일상을 불행 속에 살았을 것이다. 어제와 같은 행복을 가족들에게서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끊임없이 남에게 보이는 것을 의식했을 것이다.


사람은 스스로 의지하고 기대하며 사랑할  있을까. 나는 스스로 사랑할  있지만, 스스로 의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게 의지하고 단단해지려 부단히 노력해봤지만 매번 실수의 구렁텅이에 빠져 헤어 나오질  했다. 이제는  대신  마음의 소리에  기울이고 싶다.  스스로를 의존적인 사람이고 수동적인 사람이라고 생각지 않으려 한다. 나를 사랑하되, 내가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싶다.  감정을 마음껏   벌려 안아주고 싶다. 이런  바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며 중요한 것들의 부피를 키우는  같다.


강해진다기보다, 이래저래 살다 보면 너 자신에게 포커스가 뙇 맞춰질 거야.




출처: 선우정아 인스타 스토리

https://www.instagram.com/sunwoojunga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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