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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Mar 29. 2021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가는 삶


<남보다 우위에 있는 삶 혹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는 삶>


어떤 알고리즘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청춘 페스티벌에 나온 노홍철의 이야기를 유튜브로 보다가 우연히 '타인과의 비교는 후회를 낳는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보게 되었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불안'이라고 했다. 불안할 때는 이후의 감정 상태를 더욱 크게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불안할 때 고통을 느끼면 훨씬 더 고통스럽고, 불안할 때 지루하면 이 지구 상에 나밖에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일이 불확실할 때 인간의 불안이 커진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모호하고 불확실한 상황을 싫어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정확한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어 김경일 교수는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남보다 자신의 삶이 풍족해지기를 원하며 남보다 많이 소유할 때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로는 한국인들이 좁은 땅덩이에서 많은 타인의 삶을 보며 살아왔기 때문에 비교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너는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취직을 못 했냐?”, “누구는 OO차 뽑았다던데.” 따위의 비교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한 민족이라고 한다. 유럽 심리학자가 본 한국 관광객의 모습은 복장만 관광객이고 행동은 근로자라고 표현했다고 하는 대목에서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열심히 계획을 세워서 이곳저곳 랜드마크를 보고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으니까. 유럽 렌터카 업체에서 차를 탄 키로수만 보고도 한국인인지 아닌지를 알아맞힐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어딘가 안쓰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쉬러 간 여행에서 뽕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을 나를 비롯한 많은 한국인들은 늘 가지고 있으니까.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살아가며 남보다 우위에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타인과 비교하면서 삶의 방향을 결정짓게 되면 스스로 어떤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를 모르고 살아가게 된다.


강연을 듣고 나는 과연 타인과 비교하며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삶을 살고 있었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 해봤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나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것들로부터 멀리 달아나는 것도 시도해보았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무례한 사람을 곁에 두려 하지 않았으며, 무얼 좋아하는지 몰라 새로운 일에 뛰어들었다가 금방 때려치우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공부를 하고 싶어 대학에 오게 된 건데, 이런 나의 20대는 누구와의 비교에서 일구어낸 결과물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결과물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타인과 비교하기를 곧잘 하는 편이었고 열등감도 많았는데 어떻게 이렇게도 부단히 노력할 수 있었을까. 열등감과 비교가 나를 조금 더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 것일까? 아니다. 열등감과 비교로부터 얻은 상처를 가장 친한 친구에게 털어놓았을 때 받았던 격려가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라고 나는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내가 호주에 가겠다고 했을 때도, 귀국해서 새로운 일을 배워보겠다고 했을 때도, 취업을 했을 때도, 퇴사하고 대학을 가겠다고 했을 때도, 대학원을 갈지 취업을 할지 고민한다 했을 때도 늘 내가 원하는 걸 하라던 친구가 있다. 남과 나를 비교하는 가장 나약해진 순간에 항상 나를 치켜세워주는 그 친구가 없었다면 여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나서는 모험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친구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져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급발진했는데, 결론은 나처럼 20대의 대부분을 방황(나쁘게 말하면 방황 좋게 말하면 나만의 색깔 찾기)하며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라는 점이다. 이른 나이에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정말 운이 좋은 거라 생각한다. 아직도 내 주변엔 자신이 무얼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 빽빽하다. 그만큼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며 살기에는 너무 많은 장애물들이 있고, 사회적인 눈초리와 주변 사람들을 의식해야 한다. 그렇게 좁고 경쟁적인 곳에서 치여 살다 보면 자꾸만 새치기가 하고 싶고, 누군가의 우위에 있는 삶을 살아야만 할 것 같다는 강박적인 생각마저 든다.




<좋아하는 것을 욕망할 용기>


모자라는 것보단 남기는 게 나아

자격 없는 내 손에 쥐어진 총

똑같은 사치 똑같은 Pride

똑같은 멸시 똑같은 Blind

I have no proof that I am better than them

내가 바란 그 미래는 겨우

누군가의 위층이야

아래엔 다른 이의 Dream


인간의 욕망을 노래한 가사가 있다. 선우정아의 '쌤쌤'이라는 노래다. 멸시받지 않고 우대받고 싶으며, 남이 저만큼 가졌으면 나도 그 이상은 가져야 하고, 남이 하면 나도 해야 하는 등의 욕망을 인간은 가지고 있다. 이런 것들이 선우정아 본인에게도 있었으며 결국 자신도 그런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똑같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이렇게 스스로가 남보다 우위에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하거나, 남이 가진 그 이상을 가지기를 원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가진 게 많아지면 더 가지고 싶은 게 현대 사회의 인간상이라지만, 사회가 우릴 그렇게 욕망 덩어리로 만드는 것이지 사람 자체가 욕망 덩어리로 태어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그렇게 우릴 만드는데 과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좇을 시간을 가지는 게 하루아침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알아가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절망으로 세상을 마감한 경우보다 무망(無妄) 감으로 세상을 마감한 경우가 많습니다. 절망은 원하는 바가 있지만 희망이 꺾인 상태이고, 무망은 좋아하는 것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아 희망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책임감이 강해 굉장히 열심히 살아오셨던 분들이 이 무망감을 자주 느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보단 행복을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알아가고 내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알아가는 것만큼 가치있는 일이 더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음악, 음식, 장소, 취미거리, 사람들 이런 것들을 알아가는 일은 좋아하는 일로 꿈을 이뤄야 한다는 등의 거창한 목표가 아니다. 거꾸로 말하면 좋아하는 것을 좇는 일은 하루아침에도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그렇게 살면 하루, 한 달, 1년, 10년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삶이 힘들어도 내 주변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채로 나이드는 것만큼 행복한 순간도 없을 것 같다.




타인과의 비교는 후회를 낳는다 / 판단과 의사결정에 숨은 심리 /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https://www.youtube.com/watch?v=AQiVdRGH6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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