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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Feb 01. 2022

계획이 없는 게 계획인데요

작가의 사랍에 있던 글

 C에게 앞으로의 계획이 뭔지 물었다. 몇 해 전인지, 어디에서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여행을 하다 만난 C를 한국에서 꽤나 만났기 때문에 기억이 겹쳐 그게 언젠지 잘 모르겠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C는 나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던 것 같다.


"계획이 없는 게 계획이다."


그는 항상 내가 생각한 것 밖의 대답을 하거나 유머러스하게 넘기는 사람이었다. 내가 아는 한 그는 세계 이곳저곳을 굉장히 오래 여행했고 특이한 음식을 좋아하며, 커피와 사색, 산과 바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의 취향은 알지만 그의 계획은 모른다. 자유로운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니는 그에게는 더 이상 계획을 묻지 않는다.


계획을 세워야만 마음이 안정되고,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성취해 나가야만 인생을 잘 사는 건 아니지. 그렇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더 이상 쓸모없는 사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때문에 우리들은 매일 반성하고 열심히 계획을 세운다.


그의 말에 마음이 편해졌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를 편하게  주고 힘을 주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사실 고민 투성이에 걱정이 많다. 인생에 어려운   그리 많은지 싶을 때가 있다. 다가오지 않을 일을 걱정하며 마음에 걱정의 숲을 짓는다. 숲이 아주 울창해진다. 그럴 때마다 나의 중심을 놓치지 않게   '' 단련시킨다. 운동을 하고, 일기를 쓰고, 주변 사람에게  걱정을 털어놓으면서. 걱정의 숲을 짓지 않고도  자신이 숲이 되는 날은 언제쯤 올까. 그 숲이 누군가 잠시 쉬어갈 만큼 아늑하고 따뜻해진다면 좋겠다. 하지만 전에 내가 먼저 숨을 고르고   있는 숲이어야만 할 것이다.


익숙한 것들에 감사하고, 계획이 틀어지더라도 상심하지 않을 용기를 가지자. 인생이 생각한 대로 흘러간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냐는 마음으로 무거운 마음은 비우자.


계획이 없는  계획이다.'라는 말은 말 그대로 계획없이 살아라 라는 메시지를 담고있다기 보다는, 생애주기에 맞는 계획을 세우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  관심을 가지라는 뜻은 아닐까. 20대에는 무엇을 하고, 30대에는 무엇을 가지고, 40대에는 무엇을 이룰 . 그런 것들로부터 어느정도 자유로워지는  말이다. 자유로움에는 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니 결코 자유로워진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이렇게 오래 전에 들은 말을 떠올리고 곱씹는 일은  즐겁다. 오늘도 행복하게 하루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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