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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Feb 03. 2017

영화 <라이언>과 인도의 아이들

무서운 죽음이 거리로 나오면 별님들이 모두 나와 달님을 찾아요



사루  (출처:구글)


별님들이 모두 나와 달님을 찾아요

별님들이 모두 나와 달님을 찾아요

무서운 죽음이 거리로 나오면 

별님들이 모두 나와 달님을 찾아요


영화 <라이언>에서 실종된 아이들이 수용소 같은 곳에서 부르는 아이들의 노랫말이다

한 밤에 갑자기 한 사내아이를 깨워 끌고 간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아이들은 떨리는 눈망울을 부둥켜안고 잠이 든다.




사루는 글을 모르는 어머니와 형인 구뚜와 함께 석탄을 훔치며 우유 두 봉지를 받아 가거나, 

어머니를 도와 돌을 나르며 힘겹지만 행복하게 살아간다. 어느 날 사루는 저녁 늦게 일을 하는 구뚜를 따라 기찻길에 오른다. 잠시 기다리라던 형의 말에 벤치에 앉아 잠이 들어버린 사루는 깨어나 형을 찾다가 텅 비어있는 기차에 올라 잠이 드는데..


                            

 인도 기차 안에서 on the train in India

사루는 살던 동네에서 16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캘커타에 내려지게 된다. 힌디어를 사용할 줄 모르는 뱅골 사람들에게 무관심으로 두 달여간의 떠돌이 생활과 감옥과도 같은 미아보호소를 거쳐 1987년  7600㎞ 떨어진 호주의 호바트로, 따뜻한 양부모 밑으로 입양된다. 그때 사루의 나이는 5살. 양부모님은 한 명의 사내아이를 더 입양해 살아간다(불임이 아니었음에도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자 입양을 자처한 것). 성인이 된 사루는 학과 친구들인 인도인을 만나면서 인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세계 어디든 위성으로 자세히 볼 수 있는 구글어스라는 프로그램으로 인도의 집을 찾는 방법을 소개받게 된다.


기억나는 건 가네 스탈라라는 정확하지 않은 동네 이름과 형의 이름 구뚜뿐.



자신을 애타게 그리워하고 찾고 있을 가족들을 생각하면 양부모 밑에서 자신이 누리고 있는 안락하고 행복한 삶을 마냥 살고 있는 것에 혼란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사루는 결국 홀로 구글어스 프로그램으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자신이 살았던('칸드와 가네샤 탈라이'라는) 동네와 집을 찾아내고는 가족을 만나러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렇게 찾아간 집은 염소우리가 되어있어 좌절하고 마는데, 동내 주민에게 구뚜와 여동생의 이름을 말하자 마침내 기적적인 재회를 하게 된다. 어머니는 사루가 혹시라도 돌아올까 봐 다른 곳으로 갈 수 없었다고 또한 샤루라고 알고 있던 이름이 사실 셰루(사자)라는 이름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라이언>이라는 제목을 붙였겠지.




이 영화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참으로 명백하며 억지 감동을 끌어내지 않아 꾸밈이 없다. 인도를 다녀와서일까? 약간은 지루할 법도 한 이 영화를 보며 내내 가슴이 아려왔다. 사루는 스크린에서 나와 자꾸만 내 어깨 축을 흔들어 몸 깊숙이 내재되어있는 인도의 기억을 더듬게 했다. 기차역의 인산인해의 사람들, 돈이 없어 사 먹지 못하는 젤라비, 석탄과 돌을 나르는 사루의 과거 모습이 영화가 끝나고 집을 가는 길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는 인도의 아동 실종자 수가 연 8만 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고발했고,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다는 마음을 전했다.

자마마스지드 사원 Jama masjid mosque

나의 기억을 더듬어 보자. 인도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 델리, 찬드니 촉 근처의 인도 최대 이슬람 사원 자마 맛 지드 사원에 들렀을 때의 일이 떠오른다. 마지막 여행지에서 없는 돈을 탈탈 털어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았기에 사 원 내에 들어갈 500루피가 없었다. 먼발치에서 구경하고는 사원 입구 앞쪽에 늘어져있는 수십 개의 계단 중 한 칸에 앉았다.


그때 내 눈에 띈 것은 다름 아닌 10살 내외의 어린 여자 아이들과 그 아이들 사이에 안겨있는 작고 가녀린 간난 사내아이였다. 단번에 직감할 수 있었다. 저 아이들은 정상적인 오누이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어린아이를 안고 마구 흔들어대며 막대하는 모습은 너무나 안쓰러웠다. 그 와중에 한 여자아이가 까불까불 돌아다니다 모스크 관리자로 보이는 작자에게 손지검을 당했다. 천대도 이런 천대가 없었다. 그런 광경을 보며 도대체 저 아이들은 어디로부터 불어와 여기 모여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런데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그 아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 간 것일까. 나는 그 아이들이 실종되었거나 납치되었거나 하는 집단으로 꾸려진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다. 수만 명이 납치되는 현 인도 상황에서 그런 모습은 흔하다는 듯 그 어떤 이들도 그들에게 관심 갖지 않았다. 나 또한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바라나시 가트 주변의  아이들 Children at Varanasi Ghat

인도는 빈곤과 환경문제 등 여러 열악한 환경에 처한 개발도상국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인도의 구걸하는 아이들, 가녀린 몸으로 돌을 깨 부수는 아이들, 장터에 나와 장사를 하는 아이들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아이들의 작은 손가락과 옷가지에는 때가 찌들어 있었다. 그들은 그런 운명을 타고난 것일까, 왜 그들은 그렇게 굶주리고 아파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바로 이런 것이다.


수많은 문제들 중 실종과 납치 사건을 다룬 실화 '라이언'은 잔잔한 감동과 큰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문득 이런 문제들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돕는 일은 참으로 보람 있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겠지만 자리를 잡고 하나 둘 해내다 보면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누군가의 삶에 희망을 불어넣어 줄 때 혹은 사랑을 할 때, 그럴 때야 말로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의 삶은 뜨뜻미지근하지만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이들의 삶은 뜨거울지 모른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없더라도 그들을 외면하지는 말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낯선 곳에서의 삶에 젖어들고 사람들과 문화를 알아가는 여행은 우리의 생각을 뒤바꿔 놓을지도 모른다. 여행의 깨달음이 없었다면 나는 이런 글을 쓰고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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