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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진기 Oct 06. 2015

[한국문화] 질문 없는 사회

[한국문화] 질문 없는 사회


Why don’t Korean students ask any questions?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참 많이 받은 질문이다. 유독 한국학생들은 질문을 잘 안 할 뿐만 아니라 본인의 주관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것에 소극적이다. 내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초등학교 때는 덜 한데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으로 갈수록, 즉 한국에서 오래 살았던 기간이 길 수록, 그런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던 것 같다.


성인이 되어서도 미국과 EU 등의 서양인들은 물론,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의 타 동양인들과 비교해서도 한국인들은 질문을 잘 안 한다. 그래서 외국인들과는 이런저런 질문들 때문에 3시간도 모자란 강의를 한국사람들에게 처음 했을 때 2시간 만에 끝나버려 당황했던 적이 있다.


<EBS,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中>


지난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 폐막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기자들에게 몇 번이나 재촉을 했는데도 아무도 질문을 안 해서 결국 중국 기자가 질문을 했던 에피소드를 기억 할 것이다. ‘질문’이 직업인 기자 수십 명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대상인 미국 대통령에게 ‘아무 질문’이나 할 수 있는 기회를 ‘수 차례’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도 못한 건 어떻게 보더라도 부끄러운 일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자리에서 ‘격’에 맞지 않는 질문을 할까 망설였던 걸까? 세계에서 가장 권력이 막강한 사람에게 ‘실례’가 되는 질문을 할까 봐 두려웠던 걸까? 엉뚱한 질문을 한 기자로 기억될까 봐 가만히 있었던 걸까? 본인의 질문에 언론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던 걸까?


사실, 기자들만의 잘못만은 아닐 거다.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 밖에 없다. 예절과 격식을 강조하는 유교 문화권에서 어른들이나 선생님 말씀은 잘 따라야 하는 것이며, 이의를 제기하고 질문하면 말대답하는 ‘예의 없는 아이’로 비춰진다. 군대에서는 어떤가? 명령의 옳고 그른 것을 논하거나 원인과 이유 등을 질문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환경에서 끊임없이 명령에 복종하는 법을 훈련 받는다. 인구의 50% 이상, 회사 경영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남자’들이 이끌어가는 한국 기업세계에서는 이러한 상명하복의 ‘정신’이 자연스럽게 기업문화에 녹아 들어가 있다.


“부장님 이건 왜 해야 하는 거죠?”, “그 방식보다는 이 방식이 더 좋은데, 왜 그걸 선택 하셨죠?” 이러한 질문들은 중간관리자들인 386세대(60년대 초중반~70년대 초 출생)를 곤혹스럽게 할 것이다. ‘질문’을 하면 건방지다고 생각하는 베이비부머 세대(50년대 중반~60년대 초 출생)인 본인의 상사들에게 업무를 받아와, 그 일의 ‘의미’와 ‘목적’을 명확하게 알고 싶어하는 질문 많은 팀원들에게 시켜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1년도 체 안돼서 깨닫게 된다. 정답은 “사장이(윗사람) 시켰으니까” 이며, 그러한 질문이나 이의제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음에도 상사의 지시에 대한 ‘질문’을 하거나 상반되는 의견을 제시하기를 지속하면 ‘조직생활 못하는 놈’, ‘건방진 놈’으로 찍힌다.


창의와 혁신의 원동력인 질문


“이 부분이 잘 이해가 안가네요. 더 상세하게 설명 해 주실 수 있나요?”
“왜 그렇게 생각 하시죠? 이 방식이 더 괜찮을 것 같지 않나요?”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대화 내용이지만 사실 한국 사회에서는 매우 부족한 이러한 ‘질문’들. 질문은 상대방으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끌어낼 뿐만 아니라, 혹시 있을 오해를 줄이고, 더 좋은 아이디어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게 하는 소통의 기본 요소이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점점 중요시되는 창의와 혁신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기업이 창의와 혁신을 외치지만 실상은 ‘권한’을 쥐고 있는 경영진은 시키는 일에 토를 안 달고 묵묵히 일을 하는 직원들을 선호한다. 사장님 말씀에 손을 들고 이의를 제기한 임원들은 살아남지 못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는 조직 피라미드의 가장 끝, 신입사원들에게까지 전해진다. 이런 질문이 사라진 기업 내의서의 임직원들간의 관계가 전반적인 업무에 미치는 영향은 굉장히 심각하다. ‘질문’을 통한 자유로운 토론과 상호소통이 부족한 문화에서는 결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나올 수 없다. 지금 여러 대기업에서 직면한 문제점들처럼 말이다.


Every child is an artist.  
The problem is how to remain an artist once we grow up.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이다.  
문제는 어른이 되어서도 어떻게 우리 자신을 예술가로 유지하는가에 있다.   
-피카소 –  


“아빠 배트맨이 더 쌔 파워래인져가 더 쌔?”, “오토바이가 더 빨라, 배가 더 빨라?”, “왜 냄비뚜껑은 방패모양처럼 생겼어?” 우리 아들은 참 질문이 많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설명하기 매우 난해한 질문들 때문에 가끔은 질문들을 무시를 하거나 괜히 칼 싸움이나 하자고 신경을 돌려버린다.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이런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결국 이렇게 아이들의 질문이 무시되고 묵살되면서 사회에 길들여지면서 ‘질문 없는 사회’가 되는 것이 아니겠나? 오늘부터는 반짝이는 우리 아들의 눈을 응시하며 정성껏 대답하고 소통해야겠다. 우리 아이들이 컸을 때 대한민국이 ‘질문 없는 사회’를 벗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말이다.

***

<About 은진기>

저는 오랫동안 속삭이던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억대 연봉과 훌륭한 복지를 제공하던 안정적인 직장을 뿌리치고 나와 잡플래닛에서 커리어 컨설턴트로 활약 중입니다. 직장인과 기업의 발전과 행복에 기여하는 것을 Mission으로 삼고, 커리어, 기업문화와 HR을 주재로 Blog을 운영하며 국내외 미디어에 기고를 하고 있습니다. 외국계기업, 대기업, 컨설팅사, 스타트업 및 글로벌 헤드헌팅사에서 직접 격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실질적인 커리어 관련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커리어 방향 설정, 퇴사/이직 등의 고민, MBA/석사 관련 궁금증, 이력서/자소서 작성, 한국어/영어 면접 준비 및 직장생활 관련 고민 등, 커리어 관련 주제로 컨설팅을 원하시면 jinki.eun@jobplanet.com 또는 카톡(ID: jinkieun)으로 연락 주십시오. 


경력

-      현 Jobplanet 커리어 컨설턴트

-      전 Spring Professional(글로벌 헤드헌팅사) Senior Consultant

-      전 삼성화재 경영기획팀 과장, 인사팀 책임

-      전 Otsuka International 영문기자 및 사내홍보 사원

-      국내대기업, 외국계 기업, 중견기업 등, 30개국의 3,000명의 넘는 국내외 인력들에게 교육/컨설팅 진행

-      커리어, 이문화, 한국의 교육, 기업문화관련 강의 및 블로그 운영 www.jinkieun.com

학력

-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MBA (HR/전략Focus)

-      Rutgers University 사회학 학사 (심리학 부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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