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에서 4명의 신입사원 중 안영이는 뛰어난 업무 및 어학능력과 대인관계를 갖춘 뛰어난 인재이지만 팀 내에서 가장 겉도는 인물이기도 하다. 나름대로 챙겨주려는 과장을 두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비합리적인 일들은 물론, 각종 팀 회식 및 모임에는 배제가 된 장면들이 많다. 안타깝게도 한국 조직에서는 그러한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정보가 오고 간다. 그런 자리에서 ‘형, 동생’ 하며 운명을 함께 하고 서로 끌어줄 ‘줄’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미생에서처럼 이러한 비공식적인 자리는 아직까진 남자들만의 소유물이다. 안영이는 과연 원 인터내셔널에서 어떻게 되었을까?
한국 여성들은 뛰어나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한 곳에서는 여성들이 유독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 한국 대기업이다. 기업에서 여성의 승진과 공평한 처우를 막는 장벽인 ‘유리천장’(Glass Ceiling)이 너무나도 두텁고 견고하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2014년 Economist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집계한 유리천장 지수(Glass Ceiling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15.5점(OECD 평균은 53.8점)으로 재작년에 이어 2014년에도 꼴찌를 기록했다. 기업에서 고위직 여성은 찾아보기 힘들며(관리자의 9.6%, 등기이사의 1.9%) 남녀의 급여 차이도 37.5%로 회원국 중 가장 크다.
하지만 굳이 유리천장지수를 볼 필요도 없이 본인의 속한 조직만 보더라도 대다수의 한국 기업에의 여성들은 일부 직군에 몰려 있고, 흔히 말하는 핵심 업무’는 남성들이 독점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만큼 보편적인 현상일 것 이다.
여자들이 부족하다는 충성심이란?
한국의 상사들은 여성인력보다는 남성을 대체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충성심’의 차이라고들 한다. 충성이란 것은 옳은 것을 하는 게 아니라 사실 비합리적이고 남들도 다 하기 싫어하는 것을 눈 꼭 감고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나 야근과 주말출근을 하며 회식자리에서 늦게까지 남아있으며 비상식적인 상사의 개인적인 부탁도 웃는 얼굴로 들어주느냐가 꽤 정확한 충성심의 척도일 것이다.
군대에서 철저히 단련된 한국 남자들은 무조건적인 충성과 조직을 위한 자기 희생과 헌신이 요구되는 조직이 익숙하다. 또한, 누구에게 머리 숙여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안다. 반면, 여자들은 이러한 조직이 익숙하지가 않다. 비합리적인 일이 있으면 묵묵히 따르기 보다는 이유를 따져 묻고, 술도 본인 주량 것 마시고, 본인의 업무가 끝났으면 상사가 자리에 남아있더라도 퇴근하는 ‘상식적인’ 행동들을 한다.
이렇듯, 한국 조직은 ‘충성심’이라는 이름의 비상식적인 척도가 남성들에게 큰 비교우위를 제공하는 동시에 여성들의 유리천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유리천장을 깨부수는 것이 한국 기업들에게 다음 단계로 도약 할 수 있는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경쟁무대에서 한국 회사들이 기존해 해 왔던 비상식적인 업무방식과 군대식 기업문화는 세계에서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상명하복의 획일적인 기업문화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여성들이기 때문이다.
여성 인력 비중과 성과
한국 대기업은 아직 외국인까지 활용은 못하더라도, 그 전 단계로 한국 여성들을 포용하고 중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진정 한국에서도 정말 여성, 특히 여성 리더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조직이 성과를 내고 있는가? 2010년 Economist의 ‘Profiting from sexism’ 기사에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Jordan Siegel 교수에 따르면 그렇다. 외국계 회사들이 한국에서 똑똑한 여성들을 많이 채용하고 있으며, 여성 간부(manager)의 비중을 10% 높일 경우 총자산수익률이(ROA) 1% 포인트 상승하게 된다고 추산하였다. 또한, 한국의 비합리적인 문화를 지적하면서 똑똑한 여성들이 성차별로 인해 능력이 떨어지는 남성들에게도 추월을 당하기 때문에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 대기업으로부터 한국 여성 인력을 가로채기 쉽다고 표현을 했다. (이코노미스트 http://www.economist.com/node/17311877)
여성 비율: 회사 기업문화의 척도
개인의 다양성을 가로막는 집단주의와 무조건적인 충성을 요구하는 조직 일수록, 여성 인력이 적을 것이며, 당연히 고위직에 여성 비율 역시 미미할 것이다. 해당 산업, 직무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여성의 비율은 해당 조직의 기업문화의 수준을 판단하는 좋은 척도라고 생각한다.
다양성과 일과 삶의 조화(Work-life balance)가 존중되고, 비상식적인 충성보다는 업무능력으로 평가를 받는 외국계 기업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여성인력이 국내 기업보다 더 다양한 포지션에 높은 직급으로 활약하고 있다. 글로벌적인 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요구되는 합리적인 조직문화에서 여자들이 훨씬 더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듯 같은 한국사람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기업문화가 존중되며 여성들에게도 능력에 따른 충분한 기회가 제공되는 외국계기업들의 기업문화와 인사정책 등은 한국 대기업들은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여성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환경을 만들어가야
나의 주변만 보더라도, 한국 기업에 다니는 많은 수의 똑똑한 여자 동료들이 상대적으로 야근과 성차별이 없는 외국계로 이직을 하였던가 고려 중인 경우가 많다. 한국 대기업에서도 여성들을 부리기 어렵고 충성심을 저버리는 존재로 바라보지 말고, 한국 기업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다양성을 포용하는 능력은 채워주는 소중한 존재로 바라보고, 그들이 이야기 하는 비합리성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제 기업에서 자리를 잡은 여성 리더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고, 여자들은 남자 상사보다는 여자 상사를 더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남성 위주의 기업문화에서 생존 하기 위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려가다시피 하며 남성들 보다 더 독하게 일을 한 선배들이기에 조금의 변명거리도 안 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여성 리더들이 후배들에게 남성보다 더한 근성을 바라기 보다는 여자로서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멘토가 되어주고 여성 특유의 감성과 섬세함의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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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은진기>
저는 오랫동안 속삭이던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억대 연봉과 훌륭한 복지를 제공하던 안정적인 직장을 뿌리치고 나와 잡플래닛에서 커리어 컨설턴트로 활약 중입니다. 직장인과 기업의 발전과 행복에 기여하는 것을 Mission으로 삼고, 커리어, 기업문화와 HR을 주재로 Blog을 운영하며 국내외 미디어에 기고를 하고 있습니다. 외국계기업, 대기업, 컨설팅사, 스타트업 및 글로벌 헤드헌팅사에서 직접 격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실질적인 커리어 관련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커리어 방향 설정, 퇴사/이직 등의 고민, MBA/석사 관련 궁금증, 이력서/자소서 작성, 한국어/영어 면접 준비 및 직장생활 관련 고민 등, 커리어 관련 주제로 컨설팅을 원하시면 jinki.eun@jobplanet.com 또는 카톡(ID: jinkieun)으로 연락 주십시오.
경력
- 현 Jobplanet 커리어 컨설턴트
- 전 Spring Professional(글로벌 헤드헌팅사) Senior Consultant
- 전 삼성화재 경영기획팀 과장, 인사팀 책임
- 전 Otsuka International 영문기자 및 사내홍보 사원
- 국내대기업, 외국계 기업, 중견기업 등, 30개국의 3,000명의 넘는 국내외 인력들에게 교육/컨설팅 진행
- 커리어, 이문화, 한국의 교육, 기업문화관련 강의 및 블로그 운영 www.jinkieun.com
학력
-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MBA (HR/전략Focus)
- Rutgers University 사회학 학사 (심리학 부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