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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진기 Sep 20. 2015

퇴근을 가로막는 한국의 눈치문화

세계 제일의 Talent, 세계 하위의 노동생산성

한국의 살인적인 근무시간과 낮은 생산성은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왜 한국의 근로시간이 세계 최상위이고 노동생산성이 세계 하위권일까? 한국에서 근무중인 외국인 인력에게 물어보면 한국 동료들은 정말 부지런하고(Diligent), 똑똑하고(Smart), 유능하며(Competent),  충성도(Loyal) 높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 여러 국가의 다양한 사람들이랑 일을 한 경험이 많은 나도 이 의견에 100% 공감한다. 이 뛰어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에서 나오는 노동생산성이 미국의 반도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한국기업의 낮은 생산성의 근본적인 원인을 뽑으라 하면 유교 문화에 기반한 ‘눈치’ 때문라고 생각한다.


그럼 여기서 말하는 눈치란 무엇일까? 나는 일상 생활에서 보다는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역학 관계를 표현하는 ‘눈치’를 말한 것인데, 일단 서양(Western)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시키기 힘들다. 일단 영어 사전을 찾아보면 아래와 같이 표현 되어 있다 :


   눈치:   1.tact; sense; quick wit.
               2.one’s mental attitude toward 《a person》; a sign; a hint; an indication.


이 정의는 일상생활에서의 ‘눈치’를 굉장히 가볍에 표현한 설명으로, 내가 말한 ‘조직 내에서의 눈치’를 표현하기엔 2%가 아니라 90% 정도 부족하다. 센스와 사람을 읽는 기술도 물론 ‘눈치’의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겉핥기에 불과하다.


내가 말하는 ‘조직 내에서의 눈치’는 유교 문화와 ‘갑을 관계’가 나쁘게 별질되어 만들어낸 기업문화인 것 같다. 유교 문화의 “웃어른을 공경하며 윗사람을 깍듯이 대한다”가 그대로 조직에서도 적용되어, ‘갑’은 ‘웃어른, 윗사람’으로 둔갑이 되어버린거다. 따라서, ‘갑'(많은 경우 상사)을 ‘깍듯이'(비위 상하지 않게 먼저 맞춰주기) 대하기 위해 비합리적인 요구에도 토를 달지 않고, 본인의 주장을 이야기하지 않으며(상명하복), 먼저 퇴근하지 않고(윗사람이 상에서 일어나기 전에 먼저 일어나지 않듯이) 항상 ‘눈치’를 보는 오늘날의 이 모습이 만들어진게 아닐까?


일을 다 끝내고도 상사가 가기 전에 웹서핑/채팅을 하면서 퇴근을 미루고, 상사의 무리한 업무요청에도 반박을 못하고 야근과 주말출근을 하고, 본인보다 업무를 잘 모르는 상사가 와서 일을 돕기는 커녕, 그 상사를 교육시키기 위한 불필요한 보고서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처럼 느껴지게 하기 위한 회의들로 업무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도 아무런 말도 못하고 생산성이 ‘0’인 업무를 묵묵히하며 ‘눈치보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 셀러리맨의 모습은 정말 바뀌여야 한다.


신입사원들에게 강의를 매년 하면서 친해질 기회가 많은데, 자주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다. 큰 꿈을 품고 들어온 정말 똑똑하고 유능한 직원들이 이러한 ‘눈치 문화’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한다. 해외에서 교육을 받거나 Global Work Experience가 많을 수록 더 그렇다. 가끔씩 나가기 전에 나에게 상담도 요청하고 이메일도 보내놓고 떠나기도 하는데 너무 안타깝다. 대화속에서, 눈빛에서, 글에서 우리 회사에 대한 애정과 남아있고 싶은 절실함을 충분히 느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버티지 못하고 나갔다’라고 표현을 하는데 나는 이 표현을 정말 증오한다. 회사가 눈치 보면서 ‘버티기’ 위한 공간으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건가?


한국에도 본인의 일처리만 잘 하면 누구의 눈치 볼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행동 할 수 있는 회사가 많아 졌으면 좋겠다. 나는 이러한 변화를 가져오는데 조금의 도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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