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책임, 내일 다른 부서로 발령하게 되었어.”
2년 전 연말이 다가올 즈음, 다음 날 다른 부서로 발령 나기로 되었다고 부장님께 통보를 받았다. 한마디 상의 없이, 나의 커리어 계획과 방향은 전혀 고려도 안 한 체, 나의 역량과 경험을 전혀 발휘할 수 없는 부서로 말이다.
처음에는 멍 하다가, 정신 차리고 나니 한없는 분노가, 그리고는 혼란이 찾아왔다. 하지만, 잠시의혼란 끝에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 해졌다. 내가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지 너무나도 명확해 졌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내가 했던 강의 속에, 후배들이나 동료들에게 해줬던 커리어 조언 속에, 그리고 내가 고민해서 쓰는 블로그 글 속에서 수 없이 이야기 한 내용인데 잠시 동안이지만 그 당시 왜 혼란스러웠는지 나 조차도 의문이다. 사실 앞으로 어떻게 내 커리어를 가져가고, 어떠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지는 내가 처음 꿈을 꾸기 시작한 12여년 전부터, 그 길을 가기 위해 첫 직장을 떠나는 순간부터 정해져 있었는데 말이다.
“다른 부서 발령 전에 나가고 싶네요.
내일까지 퇴직 처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퇴사를 하고 내 안에서 끝임없이 들려오던 목소리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대기업 안에 세상에서만 살다가 그 동안 참 다양한 삶들을 만났다.
헤드헌터로, 그리고 지금은 커리어 컨서턴트로서 현실과 꿈 사이에서 고민 중인 사람, 무작정 크고 연봉을 많이 주는 회사로 입사해 뒤늦게 다른 커리어를 찾아가고자 하는 사람, ‘또라이’ 상사를 만나거나 끝없는 야근으로 매일매일이 고문 같아 이직을 준비 중인 사람, 그리고 더 많은 연봉이나 복지를 바라고 이직을 알아보는 사람 등 다양한 사연들이 있다.
하지만 하고싶은 것은 명확한데 회사에 필요에 따라 타 직무로 발령된 사람들에게 가장 마음이 간다. 가야하는 목적지를 뒤로하고 강제로 반대쪽으로 내몰리는 경험을 해 보았기 때문이다.
11월.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차다. 이제 연말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으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서 떠밀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할 직장인들이 생기겠지. 조직의 부속품으로 쓰일 수 밖에 없는 월급쟁이의 운명을 받아드릴지, 아님 원하는 커리어를 찾아 과감하게 퇴사를 할지를 고민하는 수 많은 ‘과거의 나.’
모두에게 꿈을 찾아 가라고 하고 싶지만 그건 옳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길은 얼마나 힘들고 불확실할지 경험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확신했던 길 위에 있는 나 역시 아직도 흔들릴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내 온 마음을 다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응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