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한국사람들은 잘 뭉친다. 학교, 지역, 군대, 회사, 동호회 등 뭉치는 이유도 다양하다. 이것은 홉스테드(Hofstede) 연구에서 말하듯이 한국의 ‘집단주의’ 성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인 것 같다(한국 개인주의(IDV) 지수는 18로 미국의 91과 확연한 차이). 이러한 ‘집단주의’ 문화는 ‘나’ 보다는 ‘우리’라는 집단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렇듯, 한국에선 ‘우리’ 나라, 가족, 회사, 심지어 ‘우리’ 와이프 이라는 표현은 숨 쉬듯 자연스러운 반면 서양사람들에게는 우리(Our)보다는 ‘My’ company, country 등 ‘내(My)’라는 표현이 자연스럽다. 영어로 “Our wife” 라는 표현을 쓰면 얼마나 어색한가……
어쨌든 현재까지는 이러한 ‘뭉침’, 또는 ‘집단주의’는 오늘날의 한국을 만드는데 크게 기어를 하였다. 구성원들의 땀과 노력으로 힘을 합쳐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고, IMF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극복하는데 이러한 집단주의가 큰 동력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그 무엇이든 장정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집단주의의 가장 큰 단점은 다양성이 자라나기 힘들다는 점이다. 집단이 옳다고 인정하는 가치나 행동들만 용인이 되고, 옳다 그르다의 이분법적인 사고로 다양성이 차단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임직원의 철저한 부속품화
집단주의에서는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집단에서 정해진 규칙과 가치가 우선시 된다. 즉, 한국 회사에서의 개인은 본인의 행복과 적성을 생각해서 그에 맞는 커리어를 만들어가기 보다는, 회사의 ‘부속품’으로 철저히 길러진다.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이 적성에 잘 맞는지,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를 모르고, 집단이 만들어준 기준에서 정답인 행복, 집단 내에서 옳다고 여겨지는 가치에 따라 행복을 추구하고 인정받고자 한다. 이렇게 본인의 삶과 적성 등에 대해 생각할 틈도 갖지 못한 채 수년 동안 자기 희생을 하고 ‘부속품’화 된 직원들만이 더 중요한 자리로 오른다. 당연히 다양성은 더욱 배척되고 회사에 틀에 맞춰진 인력들만이 양성된다.
놀라운 점은 상당 수의 임직원들은 이렇게 철저히 ‘부속품화’된 본인들의 모습에 자부심마저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늦은 야근, 주말 출근, 휴일 반납, 심지어 본인 아이들 출산에도 너무 바빠서 병원에 얼굴만 비치고 회사로 돌아온 것 등이 ‘영웅담’이 되어 이러한 조직문화를 더욱 굳건하게 한다.
또한, 한국 사회의 낮은 Job Mobility, 대기업들의 대규모 공개채용과 잦은 순환근무 등이 개인의 ‘조직화’를 시스템적으로 강화하여 세계 1위의 근무시간과 낮은 행복지수로 결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집단주의, Globalization의 장애물
다른 환경, 특히 해외에 나가면 이러한 ‘집단 정답주의’에 빠진 조직은 Open Mindset, 더 나아가서는 Global Mindset을 배양하기 굉장히 힘든 토양이 되어 Global Business를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 된다. 한국 조직의 방식만을 ‘정답’으로 알고 한국식으로 인력들을 ‘관리’하려 하는 많은 주재원들이 해외에 나가서 흔히 직면하게 되는 가장 큰 문제점이 이 점이다.
모든 사람은 세상을 문화라는 필터를 통해서 바라보는데, 모든 국가 간에는 문화 차가 존재한다. '문화'는 집단마다 제각기 다른데,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Global Mindset을 가질 수 있는 기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문화와 다르다고 다양성(Diversity)을 배척하고 집단에 틀에 맞추려고 하기 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다른 문화를 바라보고 포용하는 법을 키워야 진정Global한 경쟁력을 갖춘 사회 및 조직으로 발전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왜 군말 없이 시키는 데로 하지 않니?”, “넌 참 ‘한국 조직’과는 안 어울리는 놈이야.”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참 많이 들은 말이다. 나는 반문하고 싶다. “혁신과 Global화를 외치면서 당신들은 왜 시키는 데로만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