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의 울타리에 갇힌 대한민국의 혁신
잘 정돈된 머리, 몸에 딱 맞는 고급 정장에 넥타이와 커프스, 그리고 반짝거리는 명품 시계와 구두. 반면 청바지, 운동화에 편한 면 티셔스. 투자은행인 Goldman Sachs나 JP Morgan과 첨단 IT 기업인 Google이나 Apple의 직원들을 떠올리면 굉장히 큰 거리감이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삼성증권의 직원들은 비슷한 '삼성맨'들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가?
삼성, 현대, SK, LG 등 한국의 재벌기업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이미지나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계열사별로 산업의 성격이 너무나도 다른데, 어떻게기업문화가 비슷할 수 있을까? 기업문화를 형성하는 것들을 전 그룹이 공유하기 때문이다. 예로, 같은 그룹은 대부분 성과평가 방식, 보고서 양식, 사용하는 시스템, 복리후생, 조직 체계 등이 흡사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부분은고위 임원일 수록 금융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의 '산업'과는 관계없이 전형적인 그룹의 기준 혹은 현재 총수의 입맛에 맞게 일체화 된다.
문제는 이런 전형적인 리더들의 생각과 그룹의 기업문화는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 성공을 거뒀던 전통 산업과 매일 변화하는첨단 IT 산업의 리더십과 기업문화는 전혀 달라야 하는데 말이다. 기업문화를 좌지우지하는 권력을 쥐고 있는 리더들은 결코 본인들이 성공하였던,그리고 지금까지 길들여져 온 예전 방식을 버리고 혁신하기 힘들다.
영화 <인턴>은 전화번호부 회사에서(IT 산업의 발전으로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지만 현재는 인터넷에서 물건을 구입 해 본 적도 없고 심지어 노트북 전원도 제대로 켤 줄 모르는 70대 인턴 벤과 창업한지 2년도체 안되었지만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인터넷 의류 쇼핑몰 CEO 줄스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했던 부분은지금 이 IT와 패션을 결합한 Trendy하고 Hot 한 회사 건물이 벤이 40여년 동안 일했던 바로 그 전화번호부 공장이였다는 점이다. 즉, 기존 산업의 자리를 새로운 산업이 대체를 하고,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업무방식과 기업문화를 일궈나가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몇 년 전에는 없던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미국 경재를 키워가는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이렇듯, 시대가 바뀌고 산업이 바뀌면 새로운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규제 및 산업 생태계가 재벌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비정상적으로 쏠려 있어 이러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결국,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혁신과 성장동력은 재벌의 울타리에 갇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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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과 기술이 눈 깜짝 할 사이에 변화하고 있고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예전의 어려운 시기에 고생을 하였던 세대가 아직 운전대를 안 놓고 있다.
IT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이나 젊은 층이 주요 고객층인 경우, 예전의 세대들은 익숙하지도 않고 주요 소비자층과 전혀 공감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올바른 의사결정과 방향제시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새로운 산업은 새로운 리더들이 기존의 체제, 기업문화, 제도 등을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
어려운 시절 기업을 위해 희생을 하고 지금의 삼성, LG, 현대가 있도록 공헌 한 것은 충분히 존경해야 할 부분이지만, 지금 달라진 세상과 경영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는 리더들은 이제 운전대를 놓아줘야 한다. 하지만, <인턴> 에서 처럼 기존세대가 기여 할 수 있는 점들은분명 아직 있다. 본인의 나이만 믿고 꼰대짓을 하기 보다는 벤 처럼 본인의 역할을 인식하고 열린 마음과 자세로 접근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