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나라의 기업문화, 리더십, 그리고 인사제도에 대해 불만과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 뛰어난 Input(세계에서 가장 똑똑하고, 끈기 있고, 충성심 높고, 성실한 인재)을 가지고 최악의 Output(세계 하위의 노동생산성과 직무만족도)을 만들어내는 핵심요소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좁은 한국 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에서 성공하는데 필수인 다양성과 창의성을 시들게 하는 대기업들의 문화가 숨막히게 답답하게 느껴지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들(직장인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까지)의 행복을 위해서 반듯이 기업들의 글로벌화(Globalization)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화는 현재 어디까지 왔을까?
아직까지 진정한 글로벌화를 이룬 한국 대기업은 없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에 있어 ‘글로벌화’란 ‘한국에서 생산해 해외에 판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모델은 한계에 봉착했다. 이제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출 업체가 아니라 글로벌 오퍼레이터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상품 기획과 마케팅뿐 아니라 원자재 및 자금 조달, 전략적 아웃소싱과 제휴, 인재 채용에 있어서도 세계화 전략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기업 마인드를 세계화해야 한다. – 오릿 가디시 베인 & 컴퍼니 회장 (출처 : 매일경제 인터뷰)
진출국가의 수, 해외매출비중, 외국인인력 비율 등의 수치들만 놓고 보면 이미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화 되었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매출비중이 높은(50% 이상) 회사들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한국타이어 등, 해외에서 성과를 내는 데에 글로벌화가 크게 필요 없는 제조업들뿐이다.
반면, 글로벌화가 필요한 서비스나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의 성적은 참담하다. CJ, KT, 국민은행, 미래에셋은 물론 제조업에서는 글로벌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삼성, 현대 계열사들인 신세계, 삼성생명, 현대해상 등도 해외매출이 전무하거나 5% 미만이다.
이것은 서비스나 금융업은 임직원의 글로벌화 없이는 해외에서 성공하기 불가능하지만, 제조업의 경우 한국사람들로 구성된 본사의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따라 전략과 정책이 독단적으로 결정되고, 충성도 높고 성실한 한국인들 중심으로 실행이 되어도 크게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좋은 예로는 SK하이닉스가 있다. SK그룹은 내수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벗어나고자 1999년 몽골진출을 시작으로 2000년 베트남 이동통신 사업 S-Foen, 2005년에는 미국 Earthlink와 ‘Helio’ (합작사) 설립, 2007년에는 차이나유니콤에 대규모 지분투자를 하는 등 해외진출에 직속적인 노력과 투자를 했지만 모두 실패했었다. 그러나 2012년, 업종을 바꿔 제조업인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단번에 내수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땐 것은 물론, 90%가 넘는 해외매출에 힘입어 2년 연속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달성하여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이렇듯, 제조업과 금융/서비스업에서의 해외 성공에 필요한 글로벌화의 수준은 차원이 다르다. 그렇다면 ‘진정한 글로벌화란’ 무엇인가?
진정한 글로벌화란?
진정한 기업의 글로벌화란 해외매출규모나 해외인력 비중 등의 Hardware 적인 변화가 아니라 기업문화, 생각하는 방식 등의 Software 적인 변화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제조업에서 이룬 글로벌 성과를 ‘글로벌화’로 착각하고 관리하고 성과를 내기 쉬운 겉 표면뿐인 지표들, 즉 Hardware 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왜냐하면, 제조업을 넘어 앞으로의 승부에서는 Software 방식의 글로벌화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Glovation(Global + Innovation) Project
Software의 변화는 Hardware의 변화보다 훨씬 더 어렵고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기업 근간으로부터 혁신을 요구한다. 이러한 Software적인 혁신은 기득권들의 자리를 위태롭게 만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 같이 서서히 몰락하는 것 보다는 기득권을 내려놓을 준비를 하고 글로벌화를 시도하는 것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 각 기업의 리더들이 이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부터 글로벌화를 위한 변화가 진정으로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글로벌화를 위한 혁신을 ‘Glovation’ 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왜 한국기업들의 Glovation이 이토록 힘든지, 글로벌화를 방해하는 장벽들은 무엇인지, 이 Glovation을 이뤄내기 위한 내 나름대로의 해결책은 무엇인지 등을 블로그에 연재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