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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페티 Sep 12. 2021

산후조리원에서 단유를 결심하다.

젖, 그놈의 젖!



산후조리 원안에서 모유수유를 할지 단유를 할지 혼합수유를 할지

멘붕일 사람들을 위해서 내 경험을 적어본다.


모유수유 그것이 문제로다.


나는 모유수유를 임신 전부터 할 수 있을 지자신이 없던 편이었다. TMI지만 함몰유두인지라

아기가 잘 먹을 수 있을지를 내내 걱정했기에.. 역시나 아기를 낳고 나니까 멘붕은 금방 찾아왔다.


입원실 4일 차부터 젖몸살이 찾아오기 시작해서 더 심해지면 엄청 고생한다는 여럿 후기를 보았기에

모유 아이라고 병원 내에 있는 가슴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곳인데 바로 가서 마사지를 3회 받기 시작했다.

받고 나니 잠시 개운했지만 서서히 차오르는 느낌은 금방 찾아왔고 후끈후끈 열이 올르고 등까지 아파와


안 그래도 딱딱한 입원실 침대에서 매일 새벽 제발 잠들고 싶다.... 를 속으로 계속 생각하며

고통으로 꾸역꾸역 잠이 들곤 했다. 젖몸살에 아직 배 통증도 있어서, 하루하루 제발 오늘은 덜 아팠으면,

제발 컨디션 좋았으면 간절히 바랬는데..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입원실에서부터 결국 새벽에 너무 아파서 유축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투명한 기름 같은 액체가 나오다가 서서히 탁한? 모유가 나오는 게 신기했다.


내 몸에서 이런 게..? 인체의 신비는 계속 느껴지는 엄청난 출산과 육아


처음엔 배가 너무 아프니까 침대가 딱딱하고 불편한 것 답답한 것 모르다가 입원 4-5일 차쯤부터 빨리 조리원에 가고 싶어 죽는 줄 알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입원실에선 가능했지만 신랑은 입장조차 안된다고 하여..

무언가 슬프게 이별했지만 입원실보다 쾌적한 조리원의 통창의 방과 푹신푹신한 침대에 눕자마자 이별의 슬픔 따위 잊고 금세 괜찮아진 나 ^^*


조리원 오자마자 처음 입소교육을 받는데 시설 이용안내를 받았고 그다음엔 모유수유 강의를 받는다.


다 같이 수유실에 모여 앉아 가슴을 내놓고 모양이 어떤지 잘 나오는지 뭉쳤는지를 스스럼없이 덥석덥석

조물조물하면서 어딘지 어색한데 어색하지 않은 척 동태 눈깔로 들었다.

 (목욕탕을 자주 다녔지만 목욕탕과는 완전 다른 무언가 어색한.. 신체 전부를 보는 것보다 일부를 보는 게 뭔가 더 이상하게 느껴졌음ㅋㅋ)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쭈쭈 젖꼭지라고 함몰유두와 치밀 유방? 암튼 아기가 잘 못 무는 가슴 형태의

사람들을 위한 보조기구가 있는데.. 이걸 쓰는 거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이질감도 컸다.



하 이런 거까지 쓰면서 해야 하는 건가?...

다른 엄마들은 딱 까고 잘만 물리는 거 같은데

자세 잡으랴 쭈쭈 젖꼭지 빠지진 않는지 붙들랴

아기 몸 받치랴 자는 거 깨우랴


정말... 생각한 것 이상으로 수유는 육체적 노동이다.


어깨와 목도 아프고 온몸을 베베꼬며 어떻게든 맥이려고 애썼지만 이런 열정은 서서히 패배+실패감과

우울감이 찾아오면서 사그라들었다. 제대로 물리지 못하고 방으로 돌아오면 어찌나 서럽고 미안하고 우울하던지 방 안에서 울고 그랬는데 다른 산모들도 괜찮은척하지만 방에서 참 많이 울었다고들 한다.




그래서 나는!

고민하다가 유축해서 초유만 맥이고 단유 하기로 결정했다.







조리원에서 단유 결정 이유



1.

색으로 초유를 구별할 순 없댓지만 유축할수록 맑은 하얀색으로 변해가는 모유를 보며

그래 초유는 다 먹이는 것 같구먼 싶었다.


2.

집에서 혼합수유를 할 자신이 없었다.

분명 집에 가면 멘붕이 올터이다. 나는 나를 알았다. 분유 수유 후 설거지에 쭈쭈 젖꼭지 소독 매번 하고

모유수유 시도하다 실패하면 유축한 거 맥 여야 하는데 수유 시도에만 40분이나 걸리는데,

언제 유축을 또 할지 자신이 없었다.


잠을 굉장히 중요시 여기고 그만큼 컨디션 영향을 많이 받기에 그렇게 되면 결국 예민해져 짜증과 우울감을 남편이나 아가한테 풀 것만 같아서. 서로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애매하게 끌고 가며 스트레스받기 싫었다.


3.

가슴이 찌릿하며 계속 차오르는 느낌과 눈뜨면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뚝뚝 흐르는 게 너무너무 짜증 났다.


4.

젖 젖 젖 그놈의 젖 타령이 너무 싫었다.

젖이라는 단어 자체도 너무 싫다.










조리원은 사실 젖리원!!


수련원 온 거같이 모유수유 훈련에 많이 도움을 주고 권장하는 분위기는 어느 조리원이든 비슷할 듯싶다. 위와 같은 이유로 단유를 결정했지만, 매번 울려오는 수유 콜과 누워있는 작은 핏덩이의 오물거리는 입을 볼 때마다 옳은 선택인 것인지 조금 더 노력해봐야 하는지 나 역시 엄청나게 갈팡질팡 했다.


앞으로 분유 수유나 유축 수유만 하겠다고 신생아실에 말해두니 대부분 이유를 묻고,

휴직해서 다시 일하러 가야 하는 거냐면서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지만

그런 질문들 조차 노력하지 않는 엄마가 된 것 같아 죄책감이 들어 대답하기도 힘들었다.

밥 먹을 때 마주치는 엄마들은 늘 모유수유 얘기였고, 젖양이 적지 않은 날 보면서 단유 하기 아까운 양이라며 유축할 때마다 시선이 부담스러워 결국 방에서만 혼자 유축하거나 사람 없을 시간에 나가서 하곤 했다.

그들도 매번 울고 단유 할까 말까 갈팡질팡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늘 고민하더이다....


유축해서 초유만 맥이고 분유 수유할 거라고 했더니

빠른 결정을 내린듯한 날 보면서 부러워? 했지만 나 역시 쉬운 건 아녔다고요.. 흑흑



내가 내린 선택이니 여러 가지 죄책감과 감정 속에 마음을 계속 다잡았고

양이 적지도 않았던 편이니 최대한 조리원에선 세 시간 텀으로 유축해서 맥이고

모유수유 외에 부족한 다른 부분을 채우려고 했다.


육아 초보인 나는 젖병으로 먹이는 것도 어려웠던 터라 차라리 그런 걸 더 연습하자 싶었다.





단유 하고 난 후의 생각


조리원 나가기 이틀 전부터 유축 텀을 서서히 늘렸다.

3시간 텀에서 5시간, 7시간 텀으로 서서히 유축을 줄여나가니까 가슴통증도 참을 만 해졌고

너무 아프다 싶으면 조금씩 짜내면서 단유 했다.


처음 집에 오고나서부터 모유수유를 하지 않았어도 수유 텀이 적응기간이라 그런지

1시간 - 1시간 30분 텀에 기저귀 갈고 트림시키고 젖병 설거지하고 너무 힘이 드니까

입맛이 사라지고 잘 안 먹으니 자연스레 젖양이 줄어서 단유가 수월하게 이루어졌다.


분유 수유를 하니까 가장 큰 좋은 점은 역시 새벽에 남편과 교대 수유가 가능하다는 점이 아닐까?

유축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조금 더 잘 수 있고, 외출도 혼자 가능하다는 점!!


지금 약 10개월의 시간 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새벽마다 남편이 수유 담당해주고 있었는지라

단유에 대한 후회는 그다지 크지 않았고 다행이다 싶었다.

 (10개 월인 지금 통잠의 기적은 찾아왔지만.)




단유 하고 나서 아쉬웠던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기가 쪽쪽이도 물지 않고 달래지지 않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빈 젖을 물려보니 아이가 자라서

입도 커지고 빠는 힘도 좋아져서 잘 물면서 자는 걸 보았을 때와, 모유 수유하는 엄마들의 후기 중에

가슴만 보여주면 씩 웃으면서 헐레벌떡 안겨온다는데.. 상상하니 너무 귀여워서

아 좀만 더 노력할걸 그랬나? 잠시 후회했지만... 난 다시 돌아간다 해도 단유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마른 나의 가슴ㅋ)


육아하면서 마시는 커피와 이러면 안 좋을 것 같지만 야금야금 먹는 맥주와 각종 음식들을 먹는 게 육아하며 지친 맘을 너무 위로해주기 때문이다! (대신 그만큼 산후 다이어트도 자연스레 멀어진다ㅋㅋㅜㅜ)


조리원에서 단유를 결심할지 말지 고민인 사람들에게 죄책감 가지지 말고 선택하였으면 해서 한번 적어봤다.

조리원 나오면 정말 힘드니까 그 안에 선 아싸리 하기 싫다면 빨리 마음 정리하고 푹~ 마사지받고!!!!!!

잠자면서 쉬면서 차라리 젖병 물리는 법, 기저귀 가는 법 연습하고 모자동실 시간도 더 길게 가지면서

아이 성향을 파악해보는 게 좋을 듯싶다!




뭐든지 엄마가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지 아이와 교감이든 사랑이든

다른 부분에 더 정성을 쏟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진짜다.

비교적 쉬운 방향으로 육아를 해나가려고 애써온 나지만

그래도 종종 번아웃이 올 때가 있는데.. 시작부터 우리 너무 죄책감 가지지 말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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