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페티 Sep 12. 2021

어머니, 산후조리는 알아서 할게요

나의 육아 이야기

아이를 낳기 전에 신경 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가장 큰 부분은 역시 산후조리 부분일 것 같다.

시어머니가 산후조리해준다고 하면 도망가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나는 왠지 이런 상황도 지혜롭게 잘 비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와 신랑 둘 다 어린 나이에 결혼한 편이고, 시어머니도 연세가 많지 않으셔서 드라마에서 나오는 고부관계랑은 다르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친정도 멀고 시댁도 멀고 산후조리원 외에는 친정엄마의 도움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산후조리원에서 조리하면 되겠거니 했는데, 직접 겪어보신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내가 많이 걱정되셨는지 꽤 자주 본인이 가서 조리를 도와줄지 물으시곤 했다. 괜찮다고 씩씩하게 여러 번 거절해왔고, 직접적으로 어머니와 이 주제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곤 했었다.


"어머니, 산후조리를 맡기다 보면 사이가 서로 틀어지는 경우가 생긴데요. 저는 어머니와의 관계가 지금 너무 좋기 때문에.. 틀어지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산후조리원도 들어갔다 오니 까우선은 그렇게만 해볼게요. 마음은 감사해요."


라고 거절했지만 출산을 앞두니 어머님께서는 2주 정도라도 와서 조리를 해주시겠다고 하셨다.

막상 또다시 거절하기 어렵기도 했고, '에휴 우리 어머님은 다를 거야. 좋게 생각하자'  하며 제안을 수락했다.  


출산 후 자연분만은 선불 제왕절개는 후불이라더니 정말 내가 겪어온 고통과는 차원이 다르게 아팠다.

침대에서 몸하나 일으켰을 뿐인데 온몸이 덜덜 떨리고 식은땀이 범벅되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점차 나아지는 고통이긴 했으나.. 젖몸살과 수술 통증으로도 충분히 지쳐있던 나는 집으로 돌아간 첫날부터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평소 사랑이 가득하신 성격의 우리 어머님은 나와 아기를 바라만 보셔도 좋으셨는지, 누워있으면 머리맡에서 같이 지긋이 지켜보시고 하셨다. 지나고 나니 꼬물거리는 신생아의 귀여운 매력에 빠지신 그 모습이 이해가 가는데 초보 며느리에 초보 엄마는 쉬기가 퍽 부담스러워 힘겨웠다. 그리고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낮에는 아기를 봐주시니까 밤에 보초를 내가 서야 하는 것 같아서 내가 보기 시작했는데 지나고 나니 주변에서 밤이 제일 힘든데 그걸 왜 안 맡겼냐고 했다. 그 당시에는 그냥.. 그렇게 역할분담(?)을 나눠서 하는 게 맞는 줄 알았다. 젖병에 젖꼭지 하나 끼우는 것도 모르겠어서 멘붕이 왔던 초보 엄마는 야밤에 2시간 간격의 수유를 진행하고 누우면, 옆에서 들려오는 신랑의 숨소리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역할분담을 나눠서 하자고 했는데 밀려오는 막연한 아이에 대한 책임감과 온몸이 부서질듯한 몸의 통증이 더해지니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집안일하는 스타일, 평소 생활습관이 다르면 배우자와도 다투기 나름인데 나를 도와주시러 온 시어머니께 이래라저래라 말하기가 조심스러워 신경 끄자 싶었지만 하나하나 사소한 부분들이 나에게 쌓이기 시작했고 그래서 결국..


"어머니.. 이번 주까지만 계셔주시겠어요? 저 혼자서도 괜찮을 것 같아요."


라고 어머니께 말하게 되었다.

도와주러 오셨는데 본인이 나에게 도움이 안 되어서 우셨는지, 돌아가 달라고 말하는 며느리에 대한 서운함 때문인지 나는 나만 생각하기 바빴는데 어머님 마음도 그 말에 심란하셨나 보다. 말하고 나서 방안에 있느라 몰랐는데 신랑이 말하길 어머님께서 뒤에서 울고 계셨단다.


아이를 낳고 나면 신랑이 미워진다던데 나 역시 그랬다. 내가 수술 직후에 얼마나 아팠는지 고생했는지 그 누구보다 가장 가까이에서 본 사람이 신랑인데 나를, 내 마음을 가장 몰라주는 신랑이 너무 미웠고 이 모든 과정을 나 혼자 겪어내는 것에 대한 분노도 더해져서 눈물이 났다. 왜 어머니를 돌려보내냐고 묻는 신랑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눈물이 쏟아졌는데.....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지금 누가 가장 불쌍할 거 같아 내가?"


라고 신랑이 죽어서도 묘비에 적을 정도로 서운한 말실수를 나에게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리가 띵 하면서 이성의 끈이 확 놓아졌고 집안에 시어머니가 계시다는 걸 알면서도 소리 지르면서 울었다. 지금 나한테 더 이상 뭘 어쩌라는 거냐고. 어떻게 하라고 나보고 다 나보고 어떡하라고 엉엉 악을 쓰며 울어버렸다. 지나고 나니 웃긴데 내가 이렇게까지 터트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던 신랑은 당황해서 황급히 내 입을 막으려(ㅋㅋ) 했지만 폭발한 나에게는 더 화가 나는 포인트였고..

밖에서 소리를 들으시던 우리 어머님은 주섬주섬 짐도 다 챙기지 못한 채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셨다.

그렇게 나는 잘 해낼 거라고 자신하던.. 시어머니와의 산후조리는 최악의 방식으로 끝이 낫다.


직접 겪어보니 알겠다.

물론 모든 사이가 나처럼 안 좋은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니겠지만 보통 왜들 그리 말리는지 적어도 나는 알 것 같다. 시어머니가 착하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평소에 이런저런 말들을 스스럼없이 잘하던 나임에도 나에게 도움이 되려고 와있는 어머님께 우리 엄마한테 하듯이 이거 하지 마 저거 하지 마 불편해 이거 해줘 저거 해줘 말할 수 없었다. 그럴 수 있었다면 조금은 다른 경험담을 풀어낼 수 있었을 텐데 결국 뻔한 결말로 시어머니와의 산후조리 스토리를 적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시어머니와의 산후조리를 묻는다면... 나 역시 말하겠지.


차라리 도우미를 불러.

차라리 산후조리원에서 오래 머물러.

차라리 혼자 해 ^^ 라고...ㅎㅎ


ps. 저 사건이 있은 후 어머니와의 어색한 시간이 한두 달 이어졌지만 지금은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는..






작가의 이전글 산후조리원에서 단유를 결심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