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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Kyoo Lee Jan 17. 2016

블로그를 열며

"Lawyering as a Postdoc" 그 모험의 흥분 혹은  불안


이렇게 "작가"로서 글을 쓰려니 무척 조심스럽고 문장 하나를 쓰기에도 속도가 나지 않네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글을 쓰면서 조금 더 열심히 생각하고 준비하고픈 마음이 드는 것 같습니다. 블로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부터 해왔었습니다. 예전에는 싸이월드에 지금은 페이스북에 가끔씩 드는 좋은 생각들을 나누어 왔는데, 그런 글들을 마치 책처럼 차분이 정리해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지요. 그러면 어떠한 포맷을 통해 블로그를 할까 고민을 하다가 블로그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브런치 블로그 포맷을 선택하도록  영향을 주신 분은 왕성한 블로그 활동을 하시는 조우성 변호사님입니다. 깔끔하고 차분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자, 그럼 이 블로그엔 무엇을 쓸 것인가요?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누구인가"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와 같은 언뜻 대답하기 상당히 곤란하면서도 그 답이 종종 바뀌곤하는 질문들과 연결시키려 노력을 하려고 합니다. 이 블로그에 쓰는 하나하나의 글들이 모여서 언젠가는 저의 정체성과 일에 대해 조금은 더 명확한 설명을 해주진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블로그는 저에게 정체성과 사명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저는 법학을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한국에서는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에서 학부와 석사과정 (민사소송법 전공)을 졸업했고, 미국에 유학와서는 University of Washington 로스쿨의 LL.M과 Ph.D 과정을 졸업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이력서에나 어울릴만한 내용들을 장황하게 쓰는 이유는 혹시 저의 블로그 글들이 저와 비슷한 과정을 걷고 있거나 걸을까 망설이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블로그는 선배, 후배 혹은 동료의 나눔이기를 소원합니다.


박사과정을 2014년 8월에 졸업하고는 여느 박사들과 마찬가지로 구직을 해야하는 시기를 맞았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앞으로 나누게 될 여러가지 사정들로 인해 저는 한국이나 미국의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는 것 대신에 변호사로 일하는 것을 선택하게 됩니다. 대학에 자리를 잡기 위한 Credential 중 하나로 생각하고 취득한 변호사 자격이 이렇게 사용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박사과정 졸업 전부터 '만약에 법 실무를 하게된다면 이민법을 하고싶다'라고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2014년 9월에서 11월 까지는 가난한 이민자들의 이민 및 비이민 비자 등을 도와주는 비영리 기관인 Northwest Immigrant Right Project ("NWIRP")에서 인턴을 하고 2014년 11월부터 JK Law Group 이라는 소형 로펌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업무 영역은 이민법입니다.


일을 하기로 결정했지만 저의 최종적인 목표는 학자로서 연구를 계속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느 박사들이 박사 과정을 마친 후에 박사후과정(Postdoc)을 하면서 연구과 저술을 계속하는 것과 같이 저 또한 변호사로 일을 하면서 얻은 경험과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변호사들이 로스쿨 과정에서부터 변호사 커리어를 위한 훈련을 받고 인턴쉽을 하며 그에 맞는 수업들을 듣거나 클리닉 활동에 참여합니다. 그리고는 보통 인턴을 했던 곳에서 offer를 받아 변호사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많은 박사들이 졸업 후에 Postdoc 과정을 통해 연구과 수업 등을 계속하면서 학자로서 교수로서 훈련되어 집니다. 그리고는 대학이나 연구서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한 선택은 통상적이지 않은 모험이었습니다. 남들이 많이 선택하지 않는 길을 걷는다는 흥분과 기대가 있지만, 동시에 그 동안 걸어온 길에서 떠나 낯선 여행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블로그는 좌충우돌 모험기입니다.

      



박사과정 졸업 후 일을 시작한지도 1년 하고도 2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저의 모험은 어땠을까요?

지금 되돌아보면 절반의 성취라고 여겨집니다. 변호사로서 1년 정도를 살면서 많은 클라이언트들과 함께 일하는 경험을 얻었고 (소형 로펌의 어쏘 변호사들은 클라이언트들을 직접 대면해서 일을 하는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돈을 벌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Journal article 들을 쓰기 위한 소재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성공적인 부분이라면, 공부와 연구, 글쓰기를 거의 하지 못했다는 것은 저의 완전한 실패입니다. 저만의 핑계는 좀 있지만, 야근도 거의 하지 않는 미국의 소형 로펌에서 일하면서 내세울만한 excuse 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의 롤모델 중 한 분이신 임채웅 변호사님과 같이 학문적인 저술 및 학회 참여를 왕성하게 하시는 한국의 변호사님들이 정말 많이 계시고, 한국의 로스쿨 졸업 후 국선변호사로 일하면서 퇴근 후에 매일같이 법관 임용 시험을 준비했다는 한 신임법관의 이야기들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블로그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것은 그동안 미루어뒀던 공부, 글쓰기, 연구, 학문적인 생각 .. 등등을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일주일에 한 편 정도 이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입니다. 그러한 실천이 제 연구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Postdoc 의 정의 중에서 제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A ‘postdoc’ is a temporary position awarded in academe, industry, a nonprofit organization, or government primarily for gaining additional education and training in research" (https://chroniclevitae.com/news/1130-so-what-is-a-postdoc#sthash.Ha1bEO4s.dpuf) 입니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제가 지금하고 있는 Lawyering 도 Industry 에서 계속적으로 배우고 및 훈련을 받는 Postdoc 과정으로서의 하나인 것 같아서 우선 조금은 안도가 되고 용기가 생깁니다. 물론, 제가 실무를 하면서 배우고 훈련받는 것들이 reseach에 대한 교육이나 훈련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블로그를 통해 계속 배우고 계속 생각하고 계속 글쓰고 계속 나눠서 그 간격을 줄여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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