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ing to Strangers" Malcolm Gladwell
저는 얼핏 보면 외향적인 것도 같지만, 사실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있을때는 말수가 급격히 적어집니다. 낯선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은 좋아하지만, 사람들을 처음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미국 사람들을 보면 언제 어디서든 small talk 도 잘하면서 분위기가 좋던데, 저는 그게 안됩니다.
그래도, 포기 않고, 미국 사람들이 모두 공유하고 있을 것 같은 small talk 잘 하는 know-how 같은걸 배워보고자 이 책을 골랐습니다. 책의 표지만봐도 무언가 단단히 배울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있었습니다.
저의 기대와 이 책의 실제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5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일련의 경찰의 총기 사망 사건과 이어진 흑인 커뮤니티의 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대한 이야기로 포문을 연 이 책은, 미국와 쿠바 사이의 스파이 전쟁, 영국 수상 캐임벌린과 독일의 히틀러와의 만남,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살인으로 몇 년 동안 이탈리아의 감옥에 갇혀있었던 시애틀 출신의 교환학생 아만다 녹스, 그리고 스탠퍼드 대학의 성폭력 사건 등등.. 걷잡을 수 없는 방대하고 다양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심리학 및 다른 학문 분야들의 연구결과 들을 적용하면서 이러한 사건들을 연결하고 관통하고 있었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대화법 책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이해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기대와 달랐지만 빠져들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이 소개해주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개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Strangers are not easy." - 우리가 마주치게 되는 낯선 타인들을 이해하는 것, 보다 정확히는, 그 타인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우리가 자신하는 경험이나 직관은 때로는 타인에 대한 엉뚱한 결론을 내리기도 합니다.
- "Default to truth" - 사람들은 상대방이 하는 말이 진실일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깨질만한 충분한 증거들이 많이 쌓이기 전까지는 그 말을 그대로 믿습니다. 그 사람의 말이 거짓일 거라고 끝까지 의심을 하며 대화를 계속하는 경우는 상대로 적습니다.
- "Assumption ot Transparency" - 사람들은 겉으로 보여지는 행동이나 태도 (demeanor) 가 그 사람의 진실을 그대로 투명하게 전달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방식으로 그러한 행동 등을 해석합니다. 어떤 사람의 진심과 겉으로 보여지고 해석되는 시그널이 다른 경우인 "mismatch" 의 경우에 치명적인 실수가 생기게 됩니다.
저자는 이러한 개념들이 본인이 소개한 다양한 이야기들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상세하게 보여줍니다. 이 중 백미는, 책의 마지막 챕터인데, 저자가 책의 첫 장에서 제시한 한 사건을 이러한 이론들을 통해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이 사건에서 한 흑인 여성이 우회전 신호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의해 세워졌고, 그 후에 오고간 대화들이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저자는 문제가 된 경찰관이 조사 과정에서 진술한 기록을 바탕으로, 그가 그 운전자의 demeanor 를 어떻게 잘못 해석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는 운전자의 좌절과 슬픔에서 비롯된 말과 행동을 경찰관에 대한 공격적인 성향으로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또한 이 경찰관은 훈련 받은대로 실행을 한 것이고, 오히려 훈련 지침들이 잘못되었다는 점 (범죄율이 극도로 높은 "hot spot" 지점에만 적용되어야 하는 policing method를 강력 범죄율이 낮은 사건 지역에 잘못 적용함)을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무엇이 언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보여주고 미국의 Criminal justice system 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가 무엇인지와 또 이것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아주 약간 아쉬운 점은 제가 가진 burning question 인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타인의 진실에 더 가까이 접근 갈 수 있을까?" 에 대한 대답은 충분이 주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저자는 타인의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넌지히 충고하는 것처럼도 보입니다.
저자는 언론인입니다. 앞에서 간단히 소개한 것과 같이, 이 책의 뿌리는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연구이고, 범죄학에 대한 연구들도 많이 연결되지만, 저자는 심리학자나 범죄학자가 아닙니다. 그는 언론인 답게 여러 케이스들을 세밀하게 추적하고 그 사건들을 상세하고 또 명료하게 전달합니다. 그리고는 다른 학자들이 발견한 연구 결과를 "적용"해서 본인의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적용의 결과물이 갖는 힘이 정말 강하고 그 역할이 크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저와 같은 일반일들도 인간의 심리에 대한 연구를 접하게 되고 생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과 같이 학자들이 연구하여 만들어낸 이론들을 적용해주는 저작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더더욱 case study 가 갖는 힘과 매력을 다시금 발견합니다. 특히, 각각의 케이스들이 우리 삶에서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는 가까운 소재들일 때 얼마나 흥미를 더해주는지를 봅니다. 지금까지는 "정의란 무엇인가" "What money can't buy" 등의 저자 Michael Sandel 이 이러한 방법론의 정수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기 또 한 명의 저자를 만나게 되어서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