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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Kyoo Lee Jan 18. 2016

Immigration and Microfinance

미국에서 외국인으로 살면서 피부로 깨닫는 것 중 하나는 체류 신분의 중요성입니다. 미국에서의 모든 삶은 체류 신분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미국에서 무엇을 하려 하든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신분이 있어야 합니다. 학생비자로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학교 밖에서 알바를 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Working permit 이 없기 때문이지요. 이는 H-1B 비자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H-1B 비자를 위해 스폰서를 해 준 그 employer를 위해서만 일 할 수 있으니까요.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들은 그러한 걱정에서 자유롭습니다.  


그러한 체류 신분이 만료되거나 상실되는 경우에는 거의 즉시 미국에서 나가야 합니다. 허용된 기간을 하루라도 넘기게 되면 졸지에 불법체류자가 되고 그 불법체류 기록은 추후에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발목을 잡는 무서운 과거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비자 거절이 무섭고, 인터뷰하는 영사가 무섭고, 비자 신청 서류를 작성하기가 무서웠습니다.

 

제가 이민법 프랙티스를 하기로 결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 분야에서 일을 해서 이민법에 대해 배우게 되면, 일단 저부터가 갖가지 체류 신분이 관련된 질문들에 대해 적절한 답을 찾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고, 경험이 쌓이면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돕고 싶었습니다.


체류 신분을 새로이 얻거나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민국에 각 상황에 맞는 신청을 해야 합니다. 어떠한 신청은 개인들이 직접 할 수 있지만, 또 어떠한 신청들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되는 것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청비와 변호사비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 글의 제목에 "소액대출 (Micorofinancing)" 이 들어간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비용을 감당하기가 버거운 상황에 있고 그때 꼭 필요한 것이 소액대출이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는 이와 관련된 두 가지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 Grameen Bank in Seattle-


방글라데시에 시작된 빈곤층을 위한 소액대출 은행인 그라민 은행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아시리라고 생각됩니다. 이 은행은 빈곤을 끝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생산활동을 위한 수단 (가령  농사짓기에 필요한 소나 농기구 등)을 구입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낮은 이자로 장기간 대출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러한 소액대출은행이 많은 성과를 거두었고 다른 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 좋은 운동이 그저 경제적으로 어려운 먼나라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인 줄 알았는데, 제가 시애틀에서 이 은행의 도움을 구해볼까 하고 생각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2년 정도 전에 제가 아직 박사과정을 다니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동안 저희 부부의 생활비를 보내주시던 저희 부모님의 사업이 갑자기 어려워지고 여러 소송에 휘말리시면서, 시애틀에 있는 저희 가족도 방세를 걱정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참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때 아내는 UW의 Social Work School을 졸업하고 OPT (Optional Practice Training; F-1 비자로 학교를 다니다가 졸업을 한 사람이 1년의 기간 동안 전공과 관련된 사업체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것을 허용해줌)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본인이 학교 다니면서 인턴쉽을 했던 비영리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저는 한국의 한 번역회사에서 일감을 받아 번역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둘이 버는 것을 합치면 간신히 그달 그달의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아내의 1년의 OPT 기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고, 미국에 더 체류를 하려면 취업비자 (H-1B)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H-1B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employer 의 sponsorship 이 필요한데,  그때 아내가 일하던 기관에서 이를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주정부와 민간 기관 및 개개인으로부터 받는 기부금을 통해 운영되던 그 기관에서 아내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fund를 새로이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내는 그 기관이 펀드를 새롭게 따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과 그 당시 가능했던 part time 펀드에서 나오는 급여로는 저희의 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결국 다른 기관을 찾아야 했습니다. 정말 온전히 하나님의 은혜로 아내는 짧은 기간 안에 안정적인 재정상황에 있었던 큰 규모의 사회복지 기관에 지원을 했고 채용이 되었습니다.


큰 기대가 없었는데, job offer를 받고는 정말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두 번째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H-1B를 신청하기 위한 $3,000 정도의 변호사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직장이 없는 외국인인 저희에게 대출을 해줄 은행은 없었고, 누구에게서 돈을 빌려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방법이 없어 보였습니다. 정말 억울했습니다. 어렵게 하나님 은혜로 직장에 합격했는데 일할 수 없는 신분이 없고 그 신분을 얻기 위한 변호사 비용이 없어서 그 기회를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힘들었습니다.


 그때 깨달은 것이 미국에서는 체류신분도 중요한 생산수단이라는 것과, 비자를 받기 위해 필요한 돈을 좀 빌려줄 누군가가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돈을 빌려서 취업비자를 받으면 매달 받게 될 급여에서 그 돈을 갚아가면서 저희도 조금씩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라민 은행의 많은 수혜자들과 마찬가지로 저희도 그러한 microfinancing 이 정말 간절했습니다.


그러한 이유에서 그라민 은행이 떠올라서 검색을 해보니 마침 시애틀에 사무실이 있었습니다. 근데 그냥 사무실인지 실제로 돈을 빌려주는 은행인지는 잘 모르겠어서 망설이고만 있었습니다 (지금 보니, 시애틀에 있는 사무실은 Grameen foundation의 사무실로서 여러 가지 공익사업을 위한 fundraising 등을 주로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은 아내의 요청과 회사의 필요가 맞물려서 회사가 변호사 비용까지 모두 지원해주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저희가 실제로 소액대출을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그러한 경험은 "체류 신분이라는 생산수단의 마련을 돕는 소액대출"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 DACA and 21 Progress -


얼마 전에 저희 사무실의 웹사이트를 통해 들어온 질문을 이메일로 받았는데, 저희가 DACA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지 그리고 변호사비는 얼마나 되는지를 물었습니다. 이미 몇 건의 DACA 케이스를 진행해 보았기 때문에, 경험이 있으며 변호사비는 얼마라고 답을 보냈습니다.


DACA (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는 2012년 6월 15일에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의 형식으로 선포한 정책으로서, 현재 불법체류를 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추방을 유예하고 이들이 일할 수 있도록 work permit를 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DACA 프로그램의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1) 신청인이 2012년 6월 15일을 기준으로 31세 미만이어야 하고;

2) 신청인이 미국에 입국할 당시의 나이가 16세 미만이었어야 하고;

3) 신청인이 2012년 6월 15일을 기준으로 5년 전부터 신청일 현재까지 (즉, 2007년 6월 15일부터 신청일 당일까지); 미국에 계속 거주해 왔어야 하며 (한 번도 출국함이 없이);

4) 2012년 6월 15일을 기준으로 그 신청인의 합법적인 체류 신분이 만료된 상태여야 하며;

5) 신청인이 현재 고등학교를 다니거나 졸업을 하였어야 하며;

6) 신청인이 중범죄 (Felony offense: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 나 심각한 일반범죄 (Misdemeanor: 1년 미만의 징역이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는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았거나 또는 국가의 안보나 공공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며칠 후에 "21 Progress(http://21progress.org/)" 라는 비영리단체에서 이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그 기관에서 돕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저에게 DACA 문의 이메일을 보낸 것이며 앞으로 DACA 케이스를 함께 진행하기 위해서 저와 잠깐 전화 인터뷰를 하자고 했습니다.

전화로 Program  manager와 통화를 하면서 배우게 된 것은 이 기관이 주로 API (Asian and Pacific Ilanders) 청소년들을 돕는 기관이며,  그중에서도 한국의 불법체류 청소년들의 DACA 신청률이 가장 낮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기관의 주된 사업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는데, 신뢰할 수 있는 변호사와 각 청소년들을 연결시켜서 DACA 의 신청을 돕고, 변호사 비용이나 신청비용 등을 위한 소액대출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기관의 소액대출의 경우 이자가 없으며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대출금 상환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장기간 "불법체류"를 하고 있는 젊은 청소년들이 이 기관의 소액대출을 받아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신분을 얻게 되고, 그 신분에 따라오는 work permit이라는 생산수단을 통해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서 생활을 하고 대출금을 부담 없이 갚아가는 정말이지 아름다운 도움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저는 아무 망설임 없이 사무실 차원에서 21 Progressive 의 케이스들을 수임하는 것 뿐만 아니라 Pro bono attorney로서 저의 개인 시간을 활용해서 무료로 봉사하고도 싶다고 지원을 했습니다.

    



이 두 가지 이야기들 외에도 정말 많은 예들이 있겠지만, 미국에 사는 외국인들에게는 체류신분을 얻는데 필요한 소액대출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중요하고 필요한 도움입니다. 몇 년 전 저희도 그러한 도움이 간절히 필요했었고, 지금도 많은 청소년들이 소액대출을 받아서 조심스레 사회에 발을 내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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