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벽을 기어 내려와
소파에 늘어진 내 다리 위에 정착한다.
책을 읽으려다 세 장째에서 멈춘다.
커피는 미지근해져 가고,
내 마음은 얼룩처럼 번진다.
밖에서는 아이들 공 차는 소리,
안에서는 세탁기 숨 고르는 소리,
모두들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는데
나는 시간의 그림자와 씨름 중이다.
일요일은 느긋한 척하다가
문득 뒤통수를 친다.
“벌써 네 시 반이야.”
시계는 잔인하리만치 정직하다.
아쉬움이란 게 꼭
라면 국물 바닥 긁듯 남아 있어서
그것마저 삼키려다
입천장을 데인다.
곧 월요일이 문을 두드리겠지.
그래도 오늘은 아직 내 것이라고
괜히 소파에 더 깊숙이 몸을 맡긴다.
—남은 건 이 느슨한 시간,
일요일의 잔여물뿐.
#眞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