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날의 구조>

by 진경


햇빛이 닿지 않는 베란다 틈에서

어제 입던 옷이 오늘의 자세를 배운다

식탁 위에는 아무 말도 없는 잔,

텅 빈 그릇이 가장 많은 말을 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이름 모를 사람들을 각 층에 나른다

도착음은 늘 같지만

다른 시간의 냄새가 문틈에 스민다


TV 속 사람들은

끝내 웃고, 끝내 분노한다

리모컨을 옆으로 밀어 두고

창밖의 나무 한 그루를 본다


바람 없는 날에도 나무는 흔들린다

누군가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문득 흔들린다

그것이 오늘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眞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