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두 등장 인물의 대화 시
모란이 피는 밤,
죽은 자들이 조용히 일어나는 시간.
땅이 기억하고,
별이 묻는다.
“너, 이름 없이 왔느냐?”
예.
이름보다 먼저
쇳소리에 멈췄습니다.
불도 꺼진 화력발전소
컨베이어는 멈추지 않았고,
거기 있었습니다.
기계에 끼었구나.
나는 법 한 줄 세상에 닿기 위해
나를 태웠다.
평화시장 내 누이들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
… 선생님,
제 죽음이
누군가에겐 새벽이 될 수 있을까요?
너의 어머니는
울기보다 먼저
세상을 바꿨다.
이제 네 이름은
거리마다 펼쳐지고,
청년들의 입술 위에 머문다.
엄마…,
조심하지 않아 미안해요.
여기 이렇게 누워 꽃이 돼,
손 잡아 주지 못해 미안해요.
아이야,
그만 미안해해도 된단다.
모두가 네가 되지 않게
그 꽃은 피어난다.
다음에는
저처럼 혼자 죽지 않게
세상이 좀 더 달라지겠죠?
그렇다면,
너는 다녀간 게 아니라
남은 거다.
그날 벨트 위,
그날 불꽃 아래,
살아간 모든 몸들이
지금, 이 밤에
말을 건넨다.
모란이 흔들린다.
누군가의 기도가 지나간다.
모란이 피는 밤에,
모란이 피는 밤에.
#眞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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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공원 갈 때마다 무거운 마음 좀 내려놓으려
혼자만 하는 재미있는 상상이 있다.
밤이면 그곳에 있는 열사와 인사들이 각자 무덤 위에 앉아서 활기차고 수다스러운 총회를 하는 장면이다.
전태일, 문익환, 백기완, 노회찬…
모두 당대의 인물들이자 이야기 꾼이었으니,
아마 밤새도록 끝이 안날것이다.
그 장면을 한 편의 희곡으로 만들면 좋겠다.
제목은 <모란이 피는 밤>으로 해야지.
문재가 부족해 그저 상상으로만 즐겼다.
문득 희곡의 막을 여는 프롤로그를
두 등장인물의 주고받는 대화 시로 썼다.
무겁고 서투른 글이지만 공개하는 이유는,
써 보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