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는 두 개의 찻잔
하나는 비어 있고
하나는 비어 있는 쪽을 바라본다
그것이 대화의 끝이었다
사랑은 녹지 않은 결정체였고
말은 혀끝도 닿기 전에 사라졌다
코트의 주름이 미세하게 떨릴 때
그 침묵이 작별이라는 걸
나는 나중에서야 문득 알았다
밖엔 안개가 내려앉았다
사물들이 자신을 잊고
경계가 흐릿해지는 그런 날씨
이별은 대개 그런 날을 골랐다
무언가 사라졌다는 건
그게 한때 존재했다는 증거일까
아니면 존재하지 않았다는
아주 치밀한 방식일까
그날 이후, 안개가 낀 날이면
나는 찻잔 하나만 꺼낸다
그래야 누가 오지 않아도
자연스럽다
그것이 오늘날의 예의이다
헤어짐이 지나간 이후라도
마음이 너무 어지럽지 않도록
세계가 약간 덜 흐트러지도록
#眞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