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11의 자리에서
새벽 네시 오분
구로에서 버스 한 대가 떠난다.
유리창을 문지르고, 쓰레기를 비우며
우리는 매일 없는 사람으로 출근한다.
누가 우리의 허리와 손목을
정치의 언어로 대표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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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 생수병들이 투명하게 빛난다.
아무도 열지 않은 채로.
권력은 갈증을 비유로만 알고,
우리는 목마른 채로 서 있다.
누구의 잠 못 드는 밤이
기억의 서고에 입력되는가?
누구의 고통이
담론의 언어를 획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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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누가 재현되는지를,
더는 묻지 않는다.
그 대신 묻는다—
누가 발화할 수 있게 되는가를.
권력이란
중심을 향한 돌진이 아니라,
중심의 경계에 틈을 만드는 균열.
낡은 의자들을 치우고
바닥에 둘러앉는다.
맞닿은 무릎의 온기에서
새로운 윤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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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우리의 목소리가
지층처럼 차곡차곡 쌓인다.
아스팔트 균열을 타고,
제도의 틈새를 따라,
뿌리망처럼 확산한다.
개화하지 못해도 균사체가 되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계를 엮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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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사는 다시 쓰인다.
펜이 아니라 존재로,
연단이 아니라 일상에서,
완성된 명제가 아니라
탐문하는 진실로.
6411은 노선이 아니다—
정치가 가장 늦게 도달하는
궁극의 자리다.
#眞鏡
*고 노회찬 의원의 7주기를 추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