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목소리인가

— 6411의 자리에서

by 진경


새벽 네시 오분

구로에서 버스 한 대가 떠난다.

유리창을 문지르고, 쓰레기를 비우며

우리는 매일 없는 사람으로 출근한다.


누가 우리의 허리와 손목을

정치의 언어로 대표하는가?


****


회의실 생수병들이 투명하게 빛난다.

아무도 열지 않은 채로.

권력은 갈증을 비유로만 알고,

우리는 목마른 채로 서 있다.


누구의 잠 못 드는 밤이

기억의 서고에 입력되는가?

누구의 고통이

담론의 언어를 획득하는가?


****


아니다.

누가 재현되는지를,

더는 묻지 않는다.

그 대신 묻는다—

누가 발화할 수 있게 되는가를.


권력이란

중심을 향한 돌진이 아니라,

중심의 경계에 틈을 만드는 균열.


낡은 의자들을 치우고

바닥에 둘러앉는다.

맞닿은 무릎의 온기에서

새로운 윤리가 시작된다..


****


여기서 우리의 목소리가

지층처럼 차곡차곡 쌓인다.

아스팔트 균열을 타고,

제도의 틈새를 따라,

뿌리망처럼 확산한다.


개화하지 못해도 균사체가 되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계를 엮어간다.


****


이제 서사는 다시 쓰인다.

펜이 아니라 존재로,

연단이 아니라 일상에서,

완성된 명제가 아니라

탐문하는 진실로.


6411은 노선이 아니다—

정치가 가장 늦게 도달하는

궁극의 자리다.


#眞鏡


*고 노회찬 의원의 7주기를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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