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by 진경


빗방울이 처마를 때린다.

같은 자리를, 열아홉 번째.


누군가의 손등에는

빨래집게 자국이 남아 있고,

나는 그 붉은 점들을 세어본다.

하나, 둘, 셋.


어제 다려 널었던

눅눅한 셔츠처럼

젖은 운동화가

현관에서 말라간다.

혀를 내민 채로.


혀 끝에는

눅진한 습기가 맺혀 있다.


기상예보는 거짓말을 한다.

비가 그칠 거라고.


하지만 우리 집 마당의 개구리는

더 큰 소리로 운다.


지하 깊숙이 박힌 물길처럼,

수도꼭지를 틀면

하늘이 함께 쏟아진다.


장마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시간.

예보와 달리,

계획과 달리,

제 마음대로 머물다 가는.


창문에 손바닥을 대면

차가운 것이 번져온다.

안쪽으로, 깊숙이.


유리에 비친 흐린 나처럼

비는 세상을 지우고 있다.

우리가 알던 여름과

기억하던 마른땅을.


개구리 한 마리가

수영장 배수구에 끼어 있다.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 보인다.


누가

꺼내주러 갈까?


아니,

누가 감히

저 물웅덩이 속으로

손을 넣을까.


#眞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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