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하늘은
무심하게 말라 있었고,
차갑게 식은 공기만
발목을 휘감았다.
누군가는 끝내 오지 않았다.
잊힌 이름들 속에서
흩어진 말들을 하나씩 주워 담았다.
마치 그것이
나를 지탱해 줄 것처럼.
붉은 조명이 창가에 머물고
텅 빈 의자는
끝내 말을 걸지 않았다.
가끔은 침묵이,
무언의 생존 방식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각자의 시간에서
고요히 부서지는 법을 배웠다.
어떤 문장은, 끝내—도달하지 못한 채, 문턱 위에 남아 있었다.
무너진 시간은
항상 조금씩 뒤늦게 밀려왔고,
그 한편에
내가 앉아 있었다.
————
언제부턴가
이름들은 모서리를 잃었다.
그 사람도, 그 거리도
투명한 날씨처럼 희미해졌다.
말 대신
공기 사이로 손을 뻗으면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기억은 항상
날짜가 아니라,
닳아버린 촉감으로 되살아난다.
노트북 화면에 얼룩진
그해 여름 오후 3:42의 빛,
창틀 위에 남겨진 머그잔 하나,
비워지지 않은 페이지의 문장,
그리고 아직 눅눅한 음악.
나는 그 모두를
잊기 위해,
한없이 또렷하게 기억한다.
————
그는 말이 없었고
나는 말을 고르다
끝내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자주 서로를 피했지만,
그게 배려인 줄 알았다.
우리는,
말보다 조용한 것들을 견디는 방식으로
서로를 닮아갔다.
어떤 고백은
입이 아니라
등의 곡선을 타고 흐른다.
밤이 깊을수록
이야기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멀어지는 법을 배운다.
사랑이라는 말은
너무 많은 것을 갈망하는 것 같아.
그저,
창밖을 오래 바라보는
사이로 남았다.
————
기차가 떠난 플랫폼에는
늘, 무언가가 남았다.
텅 빈 벤치에
종이컵 하나가 뒤집혀 있고
바람이 무심히 그것을 넘긴다.
뉴스에서 흘러나온 숫자들이
지난 계절, 습하고 무른 시간을
말해주지 못한다.
그 여름의 끝자락,
너는 내게서 물러났고
나는 묻지 않았다.
침묵은
사랑의 가장 무거운 언어라
누군가는 말했지만
그건 아마
사랑이 아닌 것들에게나
유효한 변명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그 여름을 증언할 수 없고
그저, 그 여름을 감각한다.
물이 흐르는 소리처럼,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의 무게로.
*眞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