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는 것들의 詩>

Rubaiyat of Things That Fade

by 진경

1

강물은 말이 없다, 말조차 물들다 죽는 법

여인의 손끝엔 바람이 쓸고 간 먼지가 남고

그녀의 입술은 한 문장도 끝맺지 못했으니

침묵은 차라리 시보다 진하다


2

그는 그저 강 건너를 바라본다

닿지 못한 이별이 한 마리 물새처럼

물결 사이로 날갯짓을 흩뜨리고

감정 없는 저녁의 색을 흠칫 건드리듯


3

이별은 슬픈가, 아니. 이별은 늦은 것이다

울 수 없었던 것이 더 오래 남는다

이름 없는 날들은 물아래로 침전하고

남는 것은 단지 젖은 기억의 그림자뿐


4

새벽은 매번 첫 문장의 냉기로 온다

어느 날은 포도주 같고, 어느 날은 회초리 같다

강은 매듭진 그물을 통과하여

말라붙은 생의 조각들을 다시 꺼내준다


5

맨발의 남자, 침묵 속의 나일 수도 있다

어제를 등에 지고 오늘을 낚는 자

그림자로 하루를 엮고

희망 대신 그물을 말리는 자


6

놓친 것의 자리에 남는 것은 고요하니

지나간 사랑, 지나간 꿈, 지나간 이름들이

이끼처럼 바위에 눌어붙고

햇살처럼 발목에 닿다가 사라진다


7

말 없는 강은, 그러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말 잃은 죽음과 말 많은 삶을 함께 씻기며

시간조차 물들여보내니

진실은 언어보다 늦게 도착한다


8

이곳에서는 울음도 형체를 잃는다

슬픔은 결국 물결이 가져가는 것

그대여, 너무 오래 기억하려 하지 마라

모든 것은 결국 지워지기 위해 쓰이는 것이다


#眞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