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대충 진지하게 산다

by 진경


거울 앞에서

치약을 짜다 멈춘다.

입꼬리를 조금 올려본다.

덜 얄밉고, 덜 피곤한 표정.

내가 나를 설득한다.


뉴스는 늘

분노하거나, 반성하거나.

나는 이따금

둘 다 안 하는 사람으로 산다.

채널을 넘기며, 체념을 넘기다가

유튜브로 간다.


회의는 길고

말은 많고, 결정은 없다.

누구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인지,

어느 타이밍에 한숨을 쉴 것인지.

그것만 정하면 하루가 간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는 문장을 다 이해하기도 전에

내릴 역이 지나갔다.

본질은 다음 역에 두고

실존적으로 출구를 찾아야겠다.


아침엔 “나는 나대로”,

점심엔 “이게 다 경험이야”,

저녁엔 “근데 이게 맞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존재를 리셋한다.


덧붙이자면, 여전히

회의록보다 은유가 편하고,

논리보다 눈치가 빠르며,

사실보다 마음이 먼저다.

그러니까, 오늘도

대충 진지하게 산다.


*眞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