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식기 전에
문장을 세 번 지웠다.
지운 것들이 더 정확했는데,
왜 끄적인 건지 모르겠다.
창밖은 맑고,
내 안은 날씨 없음.
오늘 오후의 그림자는
어제보다 2센티 짧다.
치약이 다 떨어졌다는 걸
침으로 양치하며 알았다.
거품이 나지 않으니
입 안이 더 솔직해졌다.
책을 펼쳤다가
글자가 날아다녀서 덮었다.
개미인 줄 알았더니 책벌레였다.
반갑다. 너도 나였구나.
벽지 끝이 말려 있다.
그 틈으로, 옆집 고양이가
나를 훔쳐본다.
우린 오늘도
서로를 모른 척한다.
오늘 가장 뜻깊은 일은
점심을 안 먹은 것.
굶으면 집중이 잘 된다더니
꼬르룩 소리만 선명하다.
그러니까 이건
망가진 것도, 고쳐진 것도 아닌 날들.
그저 완벽한 —
아무것도 완성하지 않은 날들.
#眞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