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이 만든 세상, 86이 만든 세상

by 진경


베를린과 파리에서

그들은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질서에 맞섰다.

돌을 던지고, 구호를 외치고,

사유의 무기를 벗삼아

국가의 권위를 흔들었다.


가방엔 마르쿠제를,

주머니엔 아도르노의 메모를.

자유는 방종이 아니었고,

국가는 돌봄이어야 했다.

분노는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고,

연대는 생존의 윤리였다.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

Il est interdit d’interdire

“상상력에 권력을”

Imagination au pouvoir


그들의 언어는 구호이자 문학이었고,

그 구호는 다른 세상을 여는

상상력의 문이 되었다.


그들의 낡은 청바지는

오늘의 녹색 정치를 낳았고,

그들의 저항은

관용과 공존의 헌법이 되었다.


―――


그리고

한반도에서 그들 — 86.


그들도 싸웠다.

최루탄을 들이마시고,

물대포에 밀리면서도,

독재의 폭압에 맞서서

골목마다 깃발을 들었다.


“독재 타도, 민주 쟁취”

“머리띠”와 “넥타이 부대”

그들의 언어는 구호이자 의지였고,

그 의지는 체제를 바꾸는 힘이 되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늦게 온 혁명가임을.

광주의 5월을 계승하며

87년 6월로 되살렸다.


그들의 뜨거운 청춘은

거리에 있었다.

누군가는 감옥에 갔고,

누군가는 희생되었으며,

그 기억은 도덕의 자산이 되었다.


그러나,

기억은 어느새 훈장이 되었고,

훈장은 자격이 되었으며,

자격은 권력이 되었고,

권력은 빠르게

기득권이 되었다.


그들은 68의 이상이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묻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의 기억만이

유일한 진실이라 믿었다.


촛불은 청문회로 이어졌고,

청문회는 뱃지와 장관을 낳았으며,

광장의 연대는

논공행상의 순서로 바뀌었다.

민주주의는

더 이상 모두의 것이 아니었다.


―――


이제,

역사는 두 개의 시대를 견뎌낸다.


숲을 심은 세대와,

골프장을 분양한 세대,

이념의 긴 그림자를 딛고 선 사람들과,

그 그늘을 매입하여

자식의 미래를 에어컨 속에 가둔 사람들.


68은 묻는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었는데,

너희는 무엇을 남겼느냐?”


86은 침묵한다. 아니, 변명한다.

“우리도 체제를 바꾸었다.

그 안에서 우리가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대답은

그들의 자식들이 대신할 것이다.

학자금 대출로,

무기계약직으로,

맑은 날에도 산책을 못하는 공기 속에서

부모세대의 위선을 전복하며.


―――


그리고,

다음 세대가 되묻는다.


“두 혁명 모두,

왜 우리에겐

빚이 되었는가?”


68은 이상을 현실로 만들었지만,

86은 현실을 이권으로 바꾸었다.


68의 혁명이 제도가 될 때,

86의 혁명은 기득권이 되었다.


하나는 세상을 바꾸었고,

다른 하나는 자리를 바꾸었다.


*眞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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