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의 순서

by 진경


기억은 언제나

일정한 순서로 사라진다.


먼저 향기가 희미해지고,

그 다음은 목소리의 떨림.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눈빛마저 흐려지면

그 이름은 비로소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진다.


사진 속 얼굴은

시간이 흐를수록 정제된다.

날이 서 있던 표정들은

둥글게 다듬어지고

결국 말하지 않았던 미소만이

오래 살아남는다.


사라진다는 건,

잊는 것이 아니다.

그건 더 이상

불리지 않는다는 뜻에 가깝다.


시간이 아니라

호명되지 않는 이름들이

먼저 죽는다.


기억은 증거가 아니라 각색이다.

그리고 그 각색이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유일한 진실이다.


모든 사라짐은

사실 남겨짐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남겨진 것들은,

늘 사라진 것들보다

더 깊고 오래 아프다.


#眞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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