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찬연했던 시간의 흔적들

by 진경


찬란했던 시간은

그 순간엔 이름이 없었다.

돌아서 바라볼 때에야

비로소 빛의 형태로 남는다.


사물도, 사람도

지난 뒤에 더 진실해진다.

그때는 다만 흐르고 있었을 뿐,

무엇이 소중했고

무엇이 다시 오지 않을지는

알 수 없었다.


흔적은 상처를 닮았다.

아물고 나서야

비로소 제 이야기를 시작한다.


기억을 말하는 이는

대개 남겨진 사람이다.

그는 끝내 자신에게조차

그 기억을 다 말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빛이 기울던 방향은 남는다.

사라진 것들의 그림자가

시간의 가장자리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물들인다.


어떤 흔적들은

기억보다 더 오래 남는다.

그리고 마침내

빛을 내는 존재가 된다.


*眞鏡

이전 06화사라지는 것들의 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