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하숙방 창문 너머로
햇빛이 들이치던 날이 있었다.
방은 좁았고, 선풍기는 돌아가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의 체온을 소금처럼 핥았다.
그때의 사랑은 특별한 언어가 아니었다.
버스 노선도 위에 흘린 네 손가락의 흔적,
늦은 밤 자판기 앞에서 고른 콜라 한 병,
마지막 버스를 놓치고도 웃던 네 입술—
그 모든 것들이 이름 없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여름은 오래 머물지 못한다.
우리는 서랍을 정리하듯 기억을 접었고,
웃음은 다른 사람의 이름표를 달고
낯선 누군가의 일기장에 끼워져 버렸다.
이제 그 골목을 지날 때마다
벽돌담에서 쑥이 자라고 있다.
잡초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자리에서
혼자 푸르게 자라고 있다.
사랑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낡은 열쇠처럼 서랍 깊숙이 굴러다니는 것—
어떤 문을 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손에 닿을 때마다 차가운 무게로 남아 있는 것.
#眞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