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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May 05. 2021

"요즘 젊은이들에게 세상이 공정하지 않은 것 같아"

상무님과의 대담

 인생, 젊음, 일과 젊음, 돈에 대한 생각은 수시로 바뀌곤 하는데, 저보다 20년 이상을 먼저 살아가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변화가 더 심한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는 상무님 호출로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직속 상무님은 아니시고 부산으로 발령 받아 내려가기 전에 잠시 모셨던 상무님이었습니다. 사실 신입사원이었던 제가 상무님을 모신 건 없긴 한데 다른 표현이 딱히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동안 잘 지냈는지, 하는 일은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전공을 이야기하게 되었고, 요즘 취업이 참 어렵다는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상무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요즘 신입을 뽑는 회사가 잘 없고 취업이 어렵잖아. 윗 세대는 다 잘 살고 잘 벌었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안 된 거 같애. 취업의 문이 좁아졌어."

 상무님, 책임님, 저 이렇게 셋이 있는 그 자리에서만큼은 제가 그 '젊은 사람들'의 대표였습니다. 그래서 어른의 연민을 덥석 받아들이기는 꺼려졌습니다.

 "취업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오히려 기회의 성격은 다양해진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해?"

 "제가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대학생들이 취업을 하거나 고시를 준비하는 것, 로스쿨을 가는 것으로 방향을 설정했었는데, 요즘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같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셀프브랜딩을 하고 수익을 거두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도 많은 것 같고요."

 정작 저는 회사원으로 살고 있는데 말이죠. 그냥 샌드위치나 욱여넣을 걸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일부고, 젊은 사람들이 집도 못 사고 취업이라는 보편적인 진로의 길이 좁아진 거니 안 되긴 안 됐어."


 순간 '보편적이라는 건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들면서, 제가 직면하고 있으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많은 걱정들이 스쳐갔습니다. 어렵다, 어렵지 않다, 칼같이 결론을 내리고 싶은데 쉽사리 되지는 않았습니다. 사회에 새로이 진입한 세대로서 오늘날을 살아가는 것에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데, 장점의 음지가 단점이고 단점의 양지가 장점이다보니 생각이 더 복잡해졌습니다.

 "맞습니다. 기회의 문이 다양하게 열리긴 했지만, 취업의 문은 확실히 좁아졌습니다."

 "요즘 기성세대가 젊은 사람들 의지가 약하다 어쩐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일이 아닌 것 같아. 희망도 없고 말이야. 사회적으로 공정과 정의를 다시 생각해봐야 되는 때인 것 같아."

 "기성세대는 상무님처럼 저희 세대에 대해 너그러이 생각해주시고, 저희 세대는 주어진 환경과 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모두에게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세대가 다른 세대를 헐뜯기 십상인 요즘같은 때에 훈훈한 이야기를 하게 된 것에 대해 무척이나 낯선 기분이 들었습니다.

 샐러드를 먹다가 공정과 정의를 이야기할 줄은 몰랐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걱정했던 식사자리가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상무님과의 대화를 곱씹다보니 2년 전에 해주셨던 이야기도 생각납니다. 상무님께서는 젊을 때 돈을 쓰라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젊을 때 여행도 많이 다니고, 너무 모으기만 하지 말고 돈 적당히 쓰면서 살아. 나이 들어서 화려하게 살고 돈 막 쓰고 그런 거 보면 묘한 기분이 들어.'

 나이 들어보니 돈도 젊을 때 써야 빛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저 또한 애기였을 때도 있고, 노인이 되기도 할 거라서 나이가 어떻든 간에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 말씀을 들으니 '역시, 젊을 때 팡팡 놀아야지!'라는 생각보다는 '나이가 들어서 내 자신에게 그런 생각을 하는 날이 온다면 참 슬프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내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지 않으려면 어떤 젊은 날을 보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언제쯤  머릿속을 남이 점유하지 않고  깃발을 꽂을  있을까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요즘은  생각은 나만의 것이고, 남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의 바깥에서 경험해보는 것이 결국  깃발을 만들고 나만의 상징을 그려내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내린 결론이 영원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오늘의 소결을 내려봅니다. 불쌍한 세대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설령 그렇다해도 굴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단은 미래도 현재도 포기하지 않는다. 힘이 빠질  빠지더라도 그게 오늘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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