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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Aug 16. 2021

하바-드 온라인 과정 끝! 어깨•가슴 근육 육성의 재미

210815 의식의 흐름


 하바-드, 할붤드


 내가 미쳤지. 욕심이 과해서 회사에서 공짜 공부를 시켜준다기에 겁도 없이 하버드 온라인 비즈니스 스쿨 CORe(HBS Credential of Readiness) 과정을 수강했다. 신청할 때는 '내가 살면서 언제 하버드 수업을 다 들어보겠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국내 대학 온라인 강의도 있었는데 그것을 물리치고 하버드 강의를 신청했던 것이었다(스탠포드는 화상 세미나를 한다 해서 깔끔하게 포-기-). 온라인 강의실에 진입하여 강의계획서를 본 순간 모든 허세가 물거품처럼 꺼졌지만. 그렇게 5개월 간 나의 저녁시간은 거의 하바-드(호텔 델루나에서 아이유가 '느이 하바-드에서는 그렇게 가르치디?' 했던 게 인상적이어서, 나도 맨날 누군가에게 말할 때 하바-드 라고 했다)에 소진되었다. 5개월 동안 나의 여러 가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집중력이 2분을 채 넘지 못하는 수준이 된 나의 모습, 영어 리스닝에 무진장 약한 나의 모습, 심지어는 배운 것도 기억을 잘 못하는 나의 모습이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꼬부랑글씨가 주는 토기를 참으며 끝까지 수강해서 드디어 오늘 경제학, 회계학, 통계학 기말시험을 치르고 5개월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정말 뿌듯하면서도, 이게 과연 나의 인생에 어떤 도움을   있을까, 그냥 나의 인내심 테스트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험을 치르는 데에 이렇게 준비를   적도 처음이고,  정도로  째라 하는 마인드도 처음이었다. 사람이 극한에 다다르면 불가피하게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는  같다. 절친이 '그럼  이제 할붤드(친구는 영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한다. 술주정을 영어로 한다) 얼럼나이가 되는 것이니? 내가 선물오 할붤드 후드티 사줄게'라고 했다. 즈블 그르즈 (제발 그러지 )... 이건 수료증이 있는 과정이다. 성적이 수료증을 받을 정도는 되어야 할텐데 과락이 있는  아니겠지, . 과락이면 레전드.  인생 최초의 공인된 불성실이   같다. 반타작이나 했으면 다행인 수준이라 걱정된다. 하지만 걱정되지 않는다. 끝났다. 하바- 수업을 듣는 동안 파파고는 구세주였다. 애석하게도 전체 진행률이 80% 넘었을 때에야 크롬에서 영어로  전체 페이지를 한글로 번역해준다는 것을 깨달았다(비문과 말도  되는 해석이 종종 있지만). 그전까지 나는 꾸역꾸역 직독직해를 하고,  모르겠다 싶은 문장은 부지런히 파파고에 날라다가 번역을 했다. 정말 멍청하다. 그렇지만  모든 것은 매몰된 것이다(경제학 과정에서 배움^^v). 지금 나는 그저 뿌듯할 뿐이다. 자고 일어나서 나만의 종강파티를  거다. 오예!


홈트레이닝 서사


 요즘 저녁 약속이 있는 날 빼고는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 일주일에 5-6일 정도 운동을 한다. 이렇게 한 지 두 달은 넘었고, 그 전에도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운동을 했다. 개인적으로 중량운동에 대한 헛된 로망이 있어서 헬스장에 가고 싶지만서도 쫄보라서 못 간다. 이만하면 그냥 바이러스와 같이 살아야겠거니 생각하면서도 막상 어디에 가려고 하면 신경이 쓰인다. 암튼 그래서 운동 강도를 드라마틱하게 높이지는 못한다. 나는 또 무슨 운동을 할지 찾다 보면 욕심이 생겨서 요 운동도 하고 싶고, 죠 운동도 하고 싶다. 그렇게 영상을 모으고 모으다 보면 분량이 꽤 찬다. 전문가들의 말을 매우 잘 듣는 편이라서, 운동 전 스트레칭도 해주고, 운동 후 스트레칭이나 폼롤러 마사지도 해준다. 그러면 시간이 오지게 많이 걸린다. 근데 또 영상을 하나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재생목록이 다 끝날 때까지는 매트를 벗어나지 않는 성격이라 하루 2-3시간씩 홈트를 하게 된다. 확실히 몸에 변화가 느껴진다. 지방은 잘 안 빠진다. 유감은 아니다. 안 하는 것보다는 낫고, 하는 것보다는 영 못한 수준으로 식단 조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 점심식사는 회사 사람들과 업무 상 약속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일반식을 하고 있고, 저녁은 웬만하면 단백질 셰이크나 닭가슴살, 통밀 식빵 같은 걸 먹으려고 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 데이트도 하게 되고, 어쩌다 한 번씩 약속이 생기는 주도 있어서, 일주일에 2번 정도는 기름지고 살찌는 걸로 잘 먹고 있다. 물론 메뉴가 좋을 때는 가끔, 아니 대체로 술도 곁들인다. 그리고 혼자서도 무언가 땡길 때는 먹는다. 오늘은 악동뮤지션 수현이 엽떡 먹는 영상을 보다가 먹다 남은 배떡 로제 떡볶이를 해동해서 먹었다. 양이 적어서 추가로 배달시킬 뻔했다. 참았다. 음, 난 양을 조절하는 건 잘 안 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요즘은 회식이 거의 없으니 그냥 운동으로 조지는 게 맞는 것 같다. 코로나 전에는 회식을 일주일에 4번씩도 했던 사람으로서, 아니, 당했던 사람으로서, 작금의 사태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감사하진 않다. 죽일 놈의 바이러스 부들부들).


미지의 재미를 위한 빌드업이었다


 아니,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게 아니라. 요즘 상체 운동이 재밌다는 거다. 하체가 튼실한 편인 나는 스쿼트를 비롯한 하체 운동을 하면서 둔근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을 좋아하곤 했는데, 요즘은 어깨와 가슴 근육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그렇게 좋다. 부위별 운동은 골고루 해줘야 한다지만 상체 운동에 재미를 못 느껴서 상체 운동을 하지 않는, 악순환을 보여왔는데, 이제는 하루는 상체를 조지고 하루는 하체를 조져준다. 골고루 조지면 기분이 좋다. 뿌듯하다. 상체 라인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자뻑에 빠진다. 손이 놀고 있을 때면 어깨와 가슴 근육을 만지작만지작 거린다. 거울을 보면서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슬쩍 제쳐서 많지도 않은 소중한 근육이 잘 있나 확인해본다. 가끔 보는 운동 채널인 핏블리에서 망고 나시를 입은 남자와의 소개팅 상황극이 나온 적이 있는데, 당연히 상황극의 상대방이나 댓글에서는 극혐의 스멜이 풍겼지만, 체육관에서 망고 나시를 입고 커다란 거울을 보며 안면 근육까지 동원하여 근육을 수축해보는 그 마음을 이해는 하겠다. 물론 이해와 허용은 다르다.


 그렇게 오늘도 상체 운동을 하다가 생각하기를,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게 참 많구나. 이렇게 하다 보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들이 도대체 얼마나 많을까? 갑자기 세상 사는 것에 대한 즐거운 감정이 드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 나 아닌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실천하고 있으면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개해주고 가르쳐주기까지 하는 것들, 결국 내 마음이 동하지 않아서 하지 않았던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은 것이었다. 미지의 재미. 새로운 걸 해볼 때다.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긍정적인 생각들은 3일의 달콤한 휴식 덕분이다. 내일은 연휴 마지막 날과 종강파티를 제대로 즐겨야지!


21.8.15 PM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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